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 있는 반도체 생산 라인 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4조5800억원 규모의 ‘역대급’ 적자를 낸 것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급감에 따른 극심한 반도체 시황 악화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간신히 전체 사업 합산 실적 기준 적자는 면했지만, 연간 실적 악화에 대한 업계 위기감은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로 이런 위기를 극복해 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역대급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한 가운데, 이같은 기조를 이어가며 하반기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에 따른 반등의 기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DX(디바이스경험) 부문 모두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악화의 암초를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반도체 사업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올해 2분기에 고객사의 데이터 센터 중심 투자가 소극적인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재고 부담까지 더해져, 시장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갤럭시S23 시리즈 호조로 간신히 6400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2분기에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갤럭시S23 시리즈 출시 효과가 감소하면서 1분기 보다는 부진한 성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는 MX사업부 영업이익 감소로 2분기에는 삼성전자 전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1조2860억원 적자를 예상했고, SK증권은 6000억원·삼성증권은 279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삼성전자 제공] |
갤럭시S23 시리즈 모습.[헤럴드경제DB] |
다만 하반기부터 실적 반전의 기회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반도체 사업의 경우 감산의 직접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27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에 있고,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은 감소할 것”이라며 “이 감소 폭은 하반기에 더욱 확대돼 수요 회복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MX 사업부도 하반기 이후 실적 방어에 나서게 될 것이란 평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고려해 자사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플립5’를 예년보다 한달 가량 일찍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역별 모델 운영 효율화, 업셀링(상위 모델 판매) 전략, 다양한 소비자 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플래그십과 갤럭시 A 시리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체적인 가전·TV 시장 수요가 위축되고 있지만, 이 역시 하반기 전략 제품 중심 판매 차별화와 프리미엄 중심 성수기 수요 확보가 기대된다. 가전 사업은 올해 27종으로 확대된 비스포크 라인업의 판매 구조 개선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OLED TV, 98형 초대형, 마이크로 LED TV 라인업을 확대해 TV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기반으로 소비자 수요를 공략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고객사 신제품 출시에 맞춰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고 최근 발표한 8.6세대 IT OLED 투자 등 관련 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준비를 위해 1분기 기준 최대인 10조7000억원 규모 시설투자와 분기 사상 최대인 6조5800억원 R&D 투자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향후 실적 반전의 전기를 모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초 회사가 반도체 감산을 선언하며 메모리 시장 악화에 따른 대응 방식을 바꿨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전년 수준의 투자는 유지할 방침이란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의 92%인 9조8000억원을 반도체에 투자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천문학적 금액의 팹(생산공장)이 필요하고, 양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선제 투자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후공정 투자 등이 진행됐으며 미국 텍사스 테일러와 국내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의 1분기 6조5800억원 규모 R&D 투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 6400억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기존 최대치는 지난해 4분기 6조4700억원인데, 당시에도 분기 이익이 전분기보다 급감했음에도 R&D 투자는 오히려 2000억원 가량 늘린 바 있다.
삼성전자는 R&D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2018년 18조3500억원 ▷2019년 19조9100억원 ▷2020년 21조1100억원 ▷2021년 22조4000억원 ▷2022년 24조9200억원 등이다. 특히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되고 선단공정일수록 개발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R&D 단계부터 선제적인 투자를 강화해 중장기 공급 대응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1~2년 내에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각 사업부 개발팀 ▷3~5년 후의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연구소 ▷미래 성장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SAIT(구 종합기술원) 등으로 R&D 구조를 체계화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세계 39곳의 R&D센터를 운영하며 제품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편 삼성은 지난해 5월 미래 준비를 위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체 투자의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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