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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 참전 요구, 중국 자립심 키우는 ‘악수’될 수 있다” [반도체 토론회]
양항자 의원실 주최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
김정호 교수 “중국 스스로 메모리 키우게 될 수도”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미국의 반도체 패권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 김민지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국 측에 중국 반도체 규제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해당 요청이 미국에게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향자 의원실 주최로 진행된 ‘美 반도체 유일주의 민관학 공동 대응 토론회’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요청에 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만약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가 중국 내에서 판매 금지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그 공백을 메우지 않으면 중국은 할 수 없이 메모리 산업을 스스로 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그게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제품을 섞어서 쓰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로 설득을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한국 측에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그 부족분을 메우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마이크론은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이달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안보 심사에 들어갔다. 아직 직접적인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자국 내 판매 금지 조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요청은 미국이 반도체 시장에서의 대중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동맹국이나 동맹국 기업에 동참을 요구한 사실상 첫번째 사례다. 한국 기업을 활용해 중국의 반도체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러한 요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좌장을 맡은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 시장이) 글로벌 체인으로 이뤄져 있고, (이러한 요청이) 전세계에 미칠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역시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 현물 시장에서도 거래가 되기 때문에 (해당 요청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주식회사인데, 물건을 사려는 구매자에게 제품을 팔지 않는 건 주주가치 훼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양향자 의원은 “그래도 정부의 대응에 대한 의견을 드리자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기 보다 우리의 원칙적인 입장을 명확히 하되 조치를 취하는데 있어서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민주국가로서, 자유무역과 정경분리의 원칙 하에 기업의 비즈니스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고, 따라서 반도체 제품의 판매 문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말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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