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서 미래 지향적 협력·기술 개발 강화 나서
“제조 분야 강점 한국 기업들 ‘시너지 효과’ 기대”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청정 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에서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한영대·배문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미 경제계가 첨단산업과 핵심기술 개발, 공급망 분야 등에서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원천기술 개발 단계부터 양국 기업과 공공기관, 연구소 등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제조·생산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통한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한미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파트너십’에서 양국 기업·기관 대표가 대거 참석해 양국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이날에만 총 23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분야별로는 배터리‧바이오‧자율주행차‧항공‧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 10건과 수소‧원전‧탄소중립 등 청정에너지 분야 13건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례적으로 다수의 MOU가 체결된 것은 과거 대비 한미 양국 간 협력 수요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또한 공공기관과 연구소 외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참여해 내용적으로도 양질의 MOU가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양국 배터리협회를 비롯해 기관‧연구소 간 협력 MOU가 잇따라 체결됐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기업교류 지원 ▷국내 산학연과 미국 대학 간 국제공동연구 및 인력교류 ▷진단시약 등 체외진단 및 의료기기 분야 양국 시험인증기관 간 상호협력 등 MOU 3건이 체결돼 전방위적 협력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청정에너지 분야는 양국의 구체적인 협력 로드맵이 구축됐다. 이날 기존 석유나 가스 등 전통 에너지 분야를 넘어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신재생, 핵심광물 분야 등에서 MOU가 이어졌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SMR과 관련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출입은행은 미국의 뉴스케일파워와, SK㈜·SK이노베이션·한국수력원자력은 테라파워와 각각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의 설계 역량과 한국의 제작·운영·관리·금융 역량을 총동원하여 제3국 시장진출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제작 기술을 고도화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수출입은행은 금융 지원을 통해 뉴스케일파워 SMR의 글로벌 사업 확대에 협력한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건설에 한국 공급망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23건의사업협력 MOU가 체결된 자리에서 국내 에너지 기업으로 유일하게 대표 발언을 맡아 양국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부회장은 “올해 동맹 70주년을 맞은 양국이 안보동맹을 넘어 첨단산업과 청정에너지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SMR 기술의 글로벌 확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솔루션 제공과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 한수원, 테라파워는 SMR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함께 추진한다. 현재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SMR ‘나트륨’의 실증과 상용 원자로 개발을 공동 추진하는 방식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지난해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공동 투자한 바 있다. 협력식에 참석한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한미 원전 동맹을 강화하는 의미가 크다”며 “4세대 SMR 시장에서 이번 협력은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오른쪽부터)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최고경영자),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디슨호텔에서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
또한 한미 경제계는 청정발전 및 재생에너지 분야와 관련 상호 공동연구와 기술협력에 집중하기로 했다. 향후 상용화·사업화까지 협력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과 관련 이날 SK E&S, HD한국조선해양은 GE, 플러그파워와 블루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전주기 사업 투자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수소터빈(GE), 수소연료전지(플러그파워) 등 미국 기업의 핵심 기술을 국내 수소 밸류체인에 조기 적용하기 위해 추진됐다. 참여사는 국내에 연 25만t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유통·활용하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SK E&S는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를 생산한다. 생산된 블루수소는 기체수소 배관과 액화수소 충전소를 통해 발전·모빌리티용으로 전국에 공급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운송할 4만㎥급 대용량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한미 기업 간 파트너십을 강화해 수소 분야 선도기술을 확보하고 국정과제인 수소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도 “(이번 파트너십이)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과 수소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조석(오른쪽부터) HD현대일렉트릭 사장, 로저 마르텔라 GE 최고지속경영책임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지 맥나미 플러그파워 이사회 의장, 추형욱 SK E&S 사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블루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전주기 사업 투자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제공] |
암모니아 분야도 양국의 협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세계 최대 암모니아 생산기업인 미국의 CF인더스트리스와 루이지애나 지역 청정 암모니아 생산협력을 위한 세부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양사가 올해 2월 체결한 ‘미국 청정 암모니아 생산 투자 및 국내 도입 협력 MOU’에서 지역과 업무 범위를 구체화한 것이다.
양사는 CCS를 적용해 청정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한국으로 공급해 전력 발전용, 암모니아 사용 선박에 들어가는 벙커링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인프라를, CF인더스트리스는 암모니아 플랜트 운영·유통 네트워크 역량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황진구(오른쪽부터) 롯데케미칼 수소에너지사업단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크리스 본 CF인더스트리스 최고재무책임자가 25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지역의 청정 암모니아 생산협력을 위한 세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
황진구 롯데케미칼 수소에너지사업단장은 “국내 시장에 경쟁력 있는 청정 수소·암모니아의 공급을 위해 CF인더스트리와 전략적 협력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의 리딩 컴퍼니로 발전함과 동시에 국내 수소 산업의 조기 안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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