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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가상자산’ 법으로 못 박는다
가상자산법 통과 앞두고 명시
금융위 반대입장서 한발 양보
법정통화 부여...도입 속도낼듯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에 담길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CBDC는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받게 될 예정인 만큼 가상자산과 혼선을 빚는 불확실성을 차단하려고 관련 법에 명문화를 적극 주장한 결과다. 이로써 한은은 CBDC 도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법에 ‘한국은행이 발행한 CBDC 및 그와 관련된 서비스’를 명시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CBDC와 가상자산 시장을 명확히 구분, 정책 혼란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정무위 법안 소위 때만 해도 금융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후 기류가 바뀌어 금융위가 한발 양보, 5일 열리는 소위에서는 이 문구가 최종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위 “이미 다른데 굳이” vs 한은 “불확실성 없어야”=그동안 한은은 줄곧 가상자산 법적 정의에서 ‘CBDC 제외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CBDC는 법화로서 중앙은행의 화폐발행 권한에 기반하며 한은법에 따라 발행되므로 가상자산 업권법과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애초에 법률 개념상 구분하지 않으면 한은이 민간 가상자산 사업자와 같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CBDC는 한은이 독자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한은이 (금융) 감독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CBDC에 시중 은행들과 이용자인 국민들도 참여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으면 시장 활성화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금융위는 ‘CBDC 제외’ 문구를 명시하면, 되레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오히려 지나치게 명징한 정의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데, 가령 특정금융정보법에도 추가로 CBDC 제외 규정을 두지 않으면 CBDC가 특금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이에 한은이 한은법 자체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주장이었다.

여야간 의견차도 적지 않았다. 김한규 의원은 ‘명확한 법적 정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외부 워킹그룹에서 당연히 전제해서 빠진다라고 하는 논의는 법률 해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알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CBDC의 마지막 C가 자산이 아닌데 왜, (굳이) ‘ 커런시(currency)가 애셋(asset)이 아니다’ 이렇게 쓸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법 정의 자체가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결 부드러워진 금융위, 왜?=최근 금융위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한은의 자료제출요구권 부여안을 수용한 데 이어 관련법상 CBDC 제외 주장도 받아들인 상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제기된 가장자산 관리감독권 독점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이 ‘이용자 보호 내용’을 골자로 일차적으로 만들고 있는 만큼 정부도 국회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금융위가 계속 버티고 있으면, 규제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상황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불확실성을 덜게 된 한은은 CBDC 관련 한은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융결제국이 작년 발표한 자료를 통해 ‘CBDC 관련 사항’을 적용대상에서 예외시키는 안과 함께 “향후 한은법 개정을 통해 CBDC 발행 및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한은법상 한은이 발행하는 화폐는 ‘한국은행권’과 ‘주화’로 구성돼 있다. CBDC 도입을 위해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당시 연구진은 CBDC에 법화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충족된다며 “한은법을 개정해 CBDC 발행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은은 CBDC 도입을 위한 기술적 기반도 마련해 왔다. 2021년 8월부터 CBDC 모의실험 및 금융기관 연계실험에 나섰으며 제도적 연구에도 나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국제결제은행과 함께 도매용(wholesale) CBDC를 기반으로 토큰화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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