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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ㄷ형강 팔아요” “H빔 삽니다” 철강금속 ‘당근마켓’처럼 사고판다
철강자재 직거래 플랫폼 ‘철수씨’
장기재고 자재 해소…수익 창출
시급한 자재 구매 루트로도 각광
산단내 기업간 교류 사업화 모델
철강금속 원부자재 ‘당근마켓’ 격인 ‘철수씨’ 서비스를 개발한 김기환 대홍코스텍 대표가 사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유재훈 기자]

중소기업 입장에서 원·부자재 관리는 기업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영활동이다. 장기간 재고로 쌓이면 보관공간 부담부터 가격이 감가상각되는 비용까지 문제가 커진다.

모자란 경우는 더 여파가 크다. 급작스럽게 자재가 부족하면 납품기일에 지장을 준다. 이행지체에 따른 배상금은 물론 계약이 파기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특히 발주 이후 자재를 받기까지 1~2개월 가량 걸리는 철강금속업은 자재관리가 회사의 명운을 가를 정도로 리스크가 높다.

이 같은 철강금속 관련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자재·소재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이 등장,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구 소재 철강금속소재 업체인 대홍코스텍(대표 김기환)의 사내벤처인 ‘철수씨’가 그 주인공. ‘철을 빼어나게 잘 찾는다(철+秀+see)’라는 의미의 철수씨는 철강재 판매 희망업체와 구매 희망업체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온라인 직거래 마켓이다.

회원에 가입된 기업들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재고 또는 필요한 자재를 철수씨 사이트에 등록하고, 조건에 맞는 업체들간 직접 소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철수씨를 창업한 김기환 대표는 30년 업력을 가진 대홍코스텍의 2세 경영인. 가업승계 전 대기업 영업·구매분야에서 일하며 자재와 관련한 기업들의 고충을 현장에서 느꼈다고 한다. 철수씨를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개발하게 된 계기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철수씨는 2021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7000여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회원 등록사는 800여개사에 달한다. 최근까지 상품의 ‘팝니다’ 게시글은 1만1000여건, ‘삽니다’는 170여건. 재고 자재를 처분하려는 기업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수치다.

김 대표는 “철강금속 재재의 특성상 장기재고가 쌓이게 되면 보관장소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비용도 발생한다. 설상가상 해당 자재가 단종이라도 되면 그야말로 치명타가 된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재고자재들을 고철로 헐값에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걸 필요로 하는 업체가 매칭되면 수익은 물론 고철로 재가공됐을 때의 탄소발생도 저감된다”고 설명했다.

철강금속 자재 직거래 플랫폼 철수씨의 메인 서비스 화면. [철수씨 제공]

철수씨의 탄생 배경에는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입주기업들의 산학연협의체인 ‘기계금속소재 미니클러스터(MC)’가 모태가 됐다. 철강금속 관련 100여개 기업이 모인 미니클러스터를 통해 자재와 관련한 공통된 애로사항을 확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화 모델을 기획했다. 여기에 성서산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회원사 홍보, 여타 산단정보 등을 지원받아 1년 남짓한 기간에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올해 철수씨의 안정화를 넘어 도약기로 만들겠단 각오다. 올 연말까지 회원사를 3000곳으로 늘리고, 내년 1만개를 넘어 2026년에는 10만개 회원사를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 회원사 확대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철수씨를 단순 철강금속 자재 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의 자재까지 거래할 수 있는 오픈마켓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김 대표는 “철수씨를 통해 수 년 간 창고에 쌓여있던 재고자재를 처분해 수 천만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단종된 자재를 하루 만에 구해 거래처에 이상 없이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당장 큰 매출이 나지 않는데도 벌써 투자자들의 문의를 받고 있다. 2~3년 안에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나면 현재 사내벤처인 철수씨를 분사해 제대로 사업을 키워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집적지경쟁력 강화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철수씨는 미니클러스터 활동을 통해 민간의 아이디어가 사업화까지 성공하고 전국 확산을 준비하고 있는 사례”라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기업 간 상생협력 성과를 창출해 전국에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산단공-헤럴드경제 공동기획]

대구=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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