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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자격이란 [이한빛의 현장에서]
하마평 후보자들 김건희 여사와 친분 부각
코드 중요해도 능력 우선 평가해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박정훈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국립현대미술관장이 공석이다. 지난 정권 말, 재임명 돼 ‘알박기 인사’ 논란에 시달렸던 윤범모 전 관장이 지난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정치적 편향성, 리더십,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미술관을 걱정했던 미술계에서는 안도와 함께 후임을 놓고 회자되는 하마평에 또 다른 우려가 비등하는 모양새다.

신임 미술관장의 요건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간다. 작품 선별 능력, 리더십, 글로벌 네트워크, 경영 능력 등등. 심지어 젊은 감각의 전시를 하려면 역대 미술관장들보다 나이가 어리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수 백 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을 쓰면서도 전시 기획, 조직, 세계화 등에서 약세라고 판단하기에 이 같은 조건이 나오는 것이리라. 세대 교체를 바라는 목소리까지 더해져서.

그러나 “어떤 인사가 올 것 같냐”는 질문의 답은 하나로 모아진다. ‘누가 윤석렬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가’.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A씨, B씨 모두 김 여사와의 인연이 부각되고 있다. 지방 국공립미술관 관장을 거친 A씨는 관장 시절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와의 협력관계가, 국공립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B씨는 김 여사와 같은 대학원을 다녔다는 점이 거론된다. 미술계에선 두 사람의 역량에 대해 강한 의문을 던지지만, 그보다 ‘여사님과 인연’이 우선시 되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관장직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만 대답하면 돼) 인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미술계 분위기 탓도 있지만, 정권에 맞춰 급조한 정책 추진에 올인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갈지자 행보도 이같은 하마평에 힘을 싣는다. 코드 인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 알아듣는 마음 통하는 사람을 앉히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다만 직에 걸맞는 능력과 검증 과정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꼼수와 무리수로 인한 값비싼 기회 비용은 결국 국민이 치를 수 밖에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 최대 미술관이다. 규모만 따지만 영국 테이트에 버금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 청주관까지 총 4곳에 이어 오는 2026년엔 대전관도 오픈한다. 올해 예산은 754억원이다.

지금이 한국 미술계가 변곡점을 맞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상륙한 글로벌 브랜드 아트페어 프리즈 덕에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전세계를 호령하는 K-컬쳐 중 K-아트가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지금, 한국 미술이 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의견이 많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볼만한 전시를 꼽으라는 질문 앞에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립미술관 전시, 갤러리 전시가 먼저 생각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빠진 지 오래다. 회자되는 기획전이 없다. 지금도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좋은 전시가 이건희컬렉션이라는 점은 상당히 뼈아픈 지점이다.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내달 초 모집 공고가 인사혁신처를 통해 나갈 예정이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후보를 2~3배 수로 압축하면, 문체부 장관이 최종 임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앞으로 두어달 간 한국미술계는 술렁댈 것이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관장의 자격이 무엇이냐고.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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