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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빌라 전세금 대란 온다…전세보험 강화에 역전세 속출 [부동산360]
5월부터 HUG 보험 가입 요건 공시가 1.5배→1.26배
빌라 소유주, 전셋값 수천만원 내려야 보험 가입 가능
의도치 않은 역전세 多…반전세 돌리는 임대인 증가
세입자, 주거비 부담↑…보험 가입 전세 찾기 어려워
빌라 이미지.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다음달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된다. 이는 정부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예방책으로 내놓은 것인데, 빌라 및 오피스텔 임대차 시장에선 집주인, 세입자 모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상한액을 결정하는 공시가격이 올해 급락하면서 가입 문턱이 크게 높아지면서다. 전세 보증금을 수천만원 내려야 보험 가입이 가능해 의도치 않은 역전세가 일어나는 등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의의 정책이 현장에서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때 주택가격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40%,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로 적용된다. 지난해까지의 기준은 공시가격의 150%, 전세가율 100%였지만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악용하는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조정한 것이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보증 한도 인정비율은 기존 공시가격의 1.5배에서 1.26배로 강화됐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억원이라면, 1억5000만원 전세까지 보험 가입이 가능하던 것이, 다음달부터는 1억2600만원의 보증금까지만 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높아졌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가능 상한액은 이중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올해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8.61% 낮아져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권 빌라 공시가격은 평균 6.0%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월 중 전세계약이 만기돼 재계약을 하거나 신규계약을 맺어야 하는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만큼을 월세로 받는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빌라 밀집지역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 전세 매물은 보증금 1억7000만원에 월세 10만원, 또다른 매물은 보증금 1억7600만원에 월세 15만원에 나와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빌라 및 오피스텔 전세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 부담까지 더해지자 세입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 모양새다.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이에 계약 만기가 다가온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경우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위해선 보증금을 2년 전보다 수천만원 내려야 하는 역전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급기야 세입자에게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보증금 미반환 사례를 늘리는 또 다른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금천구 중개업소 대표 A씨는 “2년 전 2억8000만원짜리 신축 빌라를 전세를 끼고 3가구를 각 1000만~2000만원 정도의 자기자본으로 구매한 임대인이 있는데 만기가 다가와 공시가격의 1.26배로 계산해보니 새 임차인을 구하려면 전셋값을 각각 5000만원씩 내려야 하더라”라며 “본인 돈 1억5000만원이 필요한 건데 당장 그 돈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처럼 빌라, 오피스텔 서너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이 엄청 많다”며 “이게 한꺼번에 터지면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반전세 매물이 많아지면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 매물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월 입주를 목표로 전세 매물을 알아보던 30대 B씨는 “자금 사정상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보험 가입이 가능한 매물을 찾는 게 너무 어렵다”며 “반전세는 관리비에 월세까지 더하면 지출이 커질 것 같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간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이 사기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 터무니없이 전세가격이 부푸는 것을 막아 사기꾼들이 틈새를 비집고 못 들어올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조치가 사기방지책이 될 수는 있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양쪽 모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전세가 늘어나게 되면 집주인은 괜찮을 수 있지만 세입자는 월세를 추가로 내게 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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