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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만 민간인 희생 부른 예멘 내전, 9년 만에 종식 기로에[원호연의 PIP]
사우디-후티 반군 간 평화 협상 진전
사우디-이란 간 관계 정상화로 평화 움직임
대통령 협의회, 남부 분리주의자 등 불참은 한계
지난 2017년 예멘 수도 사나에 사우디 아라비아 군이 가한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한 소녀가 구출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예멘은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에 9년 간 벌어지고 있는 내전과 그로 인해 촉발된 기근, 인도주의적 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중동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온 사우디 아라비아와 후티 반군을 지원해 온 이란이 화해의 악수를 나눴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단이 후티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예멘의 수도 사나에 휴전 협상을 위해 도착했다. 이어 예멘 동쪽에 위치한 오만의 중재 사나에 도착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예멘 특사인 팀 렌더킹은 이번 주 사우디 관리들과의 후속 회의를 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출발했다. 이는 곧 협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사우디와 후티 반군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놀라운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번 현상에는 6개월 휴전과 후티 반군 장악 지역 내 공무원 급여 지급 합의, 사우디의 항구 봉쇄 해제 등이 의제로 포함됐다.

예멘 내전 중 휴전 그 전에도 여러 번 있었으나 번번이 중도에 무너져 일시적인 것에 그쳤다. 각각 시아파와 수니파의 수장을 자처한 이란과 사우디가 예멘 내전을 중동 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예멘 북부의 후티족 반군은 2014년 9월 페르시아만 건너의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아 수도 사나를 점령했다. 이에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던 예멘 정부의 하디 만수르 대통령은 사우디로 망명한 뒤 남쪽의 아덴 항에 임시정부를 차린 뒤 반군과의 내전을 이어 왔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는 2015년 3월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수니파 아랍국 8개국을 아우른 연합군을 주도해 100대의 전투기를 투입해 사나의 후티 반군에 대해 공습을 이어왔다. 이란 역시 사우디를 경제하기 위해 혁명수비대를 통해 후티 반군에 무기와 교관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이러는 와중에 예멘 민간인 6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콜레라가 확산되는 등 3000만 명 인구 3분의 2가 기아 직전의 인도주의적 참사에 시달렸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달 중국의 중재로 7년 동안 외교 단절되었던 이란과 사우디가 관계 정상화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종교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르크 알님르를 처형한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던 양국은 지난달 중국의 중재로 외교 장관 회담을 가지고 관계 정상화를 발표했다. 이어 사우디 실무관료가 외교 공관 재 설치를 위해 테헤란을 방문하는 등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사우디가 중동 지역 내 전략을 수정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을 후티 반군이 무인기와 미사일로 공격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과 관련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자 사우디는 미국의 안보 공약을 믿지 못하게 됐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리야드에 주재하는 한 외교관은 AFP에 “사우디는 ‘네옴시티’와 북부 예술 중심지 ‘알울라’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통해 산유국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데 이들 도시에 미사일이 한 발이라도 떨어지면 관광이나 투자는 이뤄지기 힘들다”며 사우디가 이란과의 화해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2018년 미국의 제재 복원 이후 악화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란 입장에서도 이슬람 혁명 확산을통한 패권 확보 전략 보다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경제 이익을 챙기는 게 더 급한 상황이다.

한스 그룬드버그 유엔 예멘 특사는 이번 협상에 대해 “지속적인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데 가장 근접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분쟁을 지속가능하게 종식시키기 위해 포용적인 정치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협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부인 예멘 대통령 협의회과 분리주의자인 남부 과도위원회와 같은 분쟁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린폴리시(FP)는 “분쟁은 나머지 세력 간 다툼으로 다시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으며 인도주의적 위기도 함께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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