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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면의 굳은살 키워 편견 밖으로 뛰쳐나온 ‘추남, 미녀’
5월 21일까지ㆍ연극 ‘추남, 미녀’
4년 만에 예술의전당 무대로
백석광 김상보 김소이 이지혜 주연
연극 ‘추남, 미녀’ 백석광 김소이 [예술의전당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너무나 못생긴 한 소년이 태어난다. 그 추악함에 부모가 절망에 빠질 정도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천재였는데…” (아멜리 노통브, ‘추남, 미녀’ 중)

그리고, 너무도 아름다운 한 소녀가 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피부와 잘 빚어낸 이목구비로 모두를 감탄에 빠뜨린 소녀. 하지만 빛나는 미모는 ‘조롱거리’가 되고, 소녀의 결점을 만드는 트리거가 된다. 이 두 사람이 만난다. 못생긴 천재와 아름다운 백치라는 극단적인 설정. 성장통을 딛고 선 이들의 동화 같은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연극 ‘추남, 미녀’가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프랑스 문학계를 뒤흔든 벨기에 출신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2016년 쓴 이 작품은 ‘추남 왕자와 미녀 공주’에 대한 샤를 페로의 동화 ‘도가머리 리케’를 재해석했다.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이다. 외모, 행색, 학력, 재력… 잘 생기거나 예쁘면 ‘얼굴값’을 한다거나, 외모와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지레 짐작해왔다. 누군가에 대해 온전히 탐색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우리에게 겉으로 드러난 정보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초부터 ‘생각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도록 설계된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이다.

연극 ‘추남, 미녀’(5월 21일까지·예술의전당)는 그 뻔한 선입견에 맞선다. 보이는 정보로만 자신들을 재단한 세상의 시선에 부딪히며 내면의 굳은살을 키운 두 사람의 이야기가 100분에 담긴다.

연극 ‘추남, 미녀’ 김상보 이지혜 [예술의전당 제공]

연출을 맡은 이대웅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외모가 아닌 각자의 삶의 행적이 주는 아우라와 에너지를 알아본 두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소설과의 큰 차이점은 연극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끝이 난다는 점이다. 이 연출가는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담아내 두 사람의 만남 뒤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지리라 판단했다”며 “이들의 만남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거울이 된다”고 말했다.

2019년 초연과 달라진 점도 있다. 이번엔 원작처럼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다만 인물 서사의 방식과 구조가 달라졌다. 이 연출가는 “두 주인공이 만나는 귀결점은 같지만, 초연 당시 신비로웠던 트레미에르의 이야기를 이번엔 데오다와 평행세계 같은 구조로 대등하게 전달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추남, 미녀’는 더블 캐스팅으로 관객과 만난다. 배우 백석광 김상보가 추남 데오다, 1세대 걸그룹 티티마 출신 김소이와 이지혜가 미녀 트레미에르를 연기한다. 무대 위 두 배우는 무려 스무 개의 캐릭터를 오간다.

연극 ‘추남, 미녀’ 이지혜 [예술의전당 제공]

이번이 두 번째 연극 도전인 김소이는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이 안 선생님에게 농구가 하고 싶다고 무릎 꿇는 장면처럼 초연 때 이대웅 연출님에게 어떻게 하면 연극을 할 수 있냐고 했는데, 이번에 불러줬다”며 “20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초등학생이 서울대 준비반에 똑 떨어진 느낌으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김소이와 이지혜의 연기색이 다른 것도 인상적이다. 김소이가 백치 설정의 미녀에 가까운 해맑은 모습이라면, 이지혜는 몽상가에 가까운 미녀였다. 데오다와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선 시선의 무게를 이겨내고 온전히 바로 선 단단한 내면의 성장을 그린 이지혜의 빛나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각자의 역량에 맞게 김소이는 기타를, 이지혜는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이지혜는 “우리가 가진 무기를 다 꺼내 각자의 악기와 노래로 신을 다르게 구성했다”며 “두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혐오적 시선과 손가락질을 받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나 스스로의 재치로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을 지켜간다. 트레미에르가 단단한 인물로 성장하면서 데오다의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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