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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엄마 살려달라 애원” “반려동물 못 구해” 이재민이 전한 긴박했던 순간
11일 오후 8시께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밤을 보내고 있다. 강릉=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강릉)=김빛나 기자] 11일 오후 8시께 강원 강릉시 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 난곡동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 이재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136개 텐트가 세워졌다. 전체 이재민 600여명 중 일부가 이곳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11일 오후 8시께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밤을 보내고 있다. 강릉=김빛나 기자

이날 대피소에서 기자와 만난 이재민들은 화재 당시 현장을 떠올리며 흐느껴 울었다. 전영란(60)씨는 “119에 전화해서 ‘우리 엄마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언니가 옷도 못 걸친 채 어머니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대피하다 언니 옷에 불길이 튀어서 타버렸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오전 평소처럼 출근했다는 전씨는 “일하다가 불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서 걱정됐다. 집이 목조 주택이다. 언니한테 조심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1일 오후 6시께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화재로 경포대 인근 마을 및 팬션이 까맣게 타버렸다. 강릉= 김빛나 기자

전씨의 언니는 “처음에는 불이 멀리서 보였는데 어느 새 우리 집 뒷산까지 오더라. 놀라서 동생한테 119에 신고해달라 전화했는데 전화한 사이 집 앞까지 불이 닥쳤다”고 말했다. 화재가 진압되긴 했으나 전씨의 집은 철골 뼈대만 남은 채로 모조리 타버린 상황이었다. 전씨는 “현금, 옷 아무것도 못 챙겼다”며 “어머니 모시고 요양하러 강릉에 산지 2년 정도 됐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오열했다.

11일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타버린 전영란(60)씨 집. [전씨 제공]

새로 지은 집이 타버려 이재민이 된 사람도 있었다. 경포대 인근에 거주하는 김형래(74)씨는 “새로 지은 집에 남은 작업을 하러 왔는데 아침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며 “바람이 심해서 잠깐 넘어져 당황해하는 사이에 불이 집에 들이닥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반려동물을 구하러 불길에 뛰어들기도 했다. 김씨는 “일단 집 밖으로 대피했는데 딸같이 키우는 고양이 나비를 두고 온 게 생각나서 불길이고 뭐고 구하러 갔는데 끝내 못 찾았다. 너무 미안하고 슬프다”며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엄두도 안 난다”고 말했다.

화마가 삼킨 강릉 팬션촌. 강릉=김빛나 기자

이날 발생한 강릉 산불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께 불길이 잡혔다. 오전 한때 순간풍속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1시간가량 비가 내리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됐다.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소실됐고,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곳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탔다.

11일 오후 6시께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불에 타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팬션. 강릉= 김빛나 기자

산불의 원인은 강풍으로 말미암은 '전선 단락'으로 추정된다. 산림청은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락시켰고 그 결과 전기불꽃이 발생해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산림보호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마지막까지 불을 다 진압하고, 재산 피해를 더 확실하게 조사해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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