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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1억 들여 수리중인데 잿더미” 경포 펜션마을 집어삼킨 산불
11일 오후 6시께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화재로 경포대 인근 마을 주택 및 팬션이 까맣게 타버렸다. 강릉= 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강릉)=김빛나 기자] “바람이 파도치는 것처럼 불어서 불길도 번졌어요. 어떤 집은 1억원 들여서 집 고치는 중에 새까맣게 타고….”

11일 오후 6시께 아직 불씨가 펜션 여기저기 남아있는 강원 강릉시 경포대 인근 펜션 앞.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넘치던 경포호 근처에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펜션 뒷편에 있는 작은 동산에는 뿌연 연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날 오전 8시께 강릉시 난곡동에서 시작한 불은 경포호 인근까지 이어졌다.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소실됐고,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곳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탔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삽시간에 불이 번지자 인근 주민들은 대피해야 했다. 강릉에서 산 지 20년 된 임호성(58)씨도 어머니와 함께 오전 11시쯤 집을 두고 피신을 가야 했다. 임씨는 “불이 시작되자 형님한테 ‘바람이 그쪽으로 부니까 조심해라’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피했다”며 “다행히 우리집은 크게 타지 않았지만 앞집이 새까맣게 타버렸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6시께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화재로 경포대 인근 마을 및 팬션이 까맣게 타버렸다. 강릉=김빛나 기자
11일 오후 6시께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화재로 경포대 인근 마을 및 팬션이 까맣게 타버렸다. 강릉= 김빛나 기자

화재가 발생한지 10시간이 지났지만 마을은 연기와 그을음으로 여전했다. 임씨 집 앞에 있는 팬션들은 뼈대만 남은 채로 탄 곳이 많았다. 경포호 인근에 있던 한 정자는 원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삭 주저 앉았다. 동산 위에 있는 무덤도 검은색으로 변할 정도로 타버렸고, 2층짜리 전원주택안에서는 아직도 남은 불길이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만난 이기태(55)씨는 “경포호 근처기도 하고 큰 산이 있는 것도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 불에 대한 걱정을 안 했었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불길이 안 잡혔다”며 “경포호 주변 뒷산이 크게 탔고 산 주변에 있는 집, 펜션, 비닐하우스 보이는 건 다 탔다”고 말했다.

경포호 인근에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가정집과 펜션, 아파트 등 다양한 집들이 모여 있어 같은 동네 안에서도 피해 차이가 컸다.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마당, 담벼락, 집까지 한꺼번에 탄 집이 있는가한편, 불을 피한 집들도 있었다. 다행히 집에 불이 닥치지 않았다던 이모(80)씨는 “바람이 세게 불어서 말 그대로 “날라왔다””며 “불길이 튀어서 집이 타버린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11일 오후 6시께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화재로 경포대 인근 마을 및 팬션이 까맣게 타버렸다. 김빛나 기자
11일 오후 6시께 강원도 강릉 경포대 인근 강릉 화재 현장. 화재로 경포대 인근 마을 및 팬션이 까맣게 타버렸다. 김빛나 기자

인근 현대아파트 주민들도 오전에 대피를 했다 오후 4시께 불길이 잡히자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바로 앞 펜션 3곳이 통째로 타버린데다, 아직 불씨가 남아있어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김순덕(80)씨는 “집에 오긴 했지만 그을음내가 많이 나서 오늘 잠을 못 잘것 같다”며 “지금도 펜션에 불씨가 펄럭거리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명피해 규모는 총 17명으로 늘었다. 산림·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화상을 입었으며, 1명이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고 12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강릉시 안현동 한 전소된 주택에서 8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오후 6시께 강원 강릉 산불 현장에서 아직 잔불이 남아있다. 강릉=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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