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수상함 경쟁력 강화 계획
공정위의 결정 지연으로 한회 계획 계속 미뤄져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충무공이순신함. [대우조선해양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계속된 적자난에 따른 사업 경쟁력 약화로 최근 5년간 수상함(물 위에 떠 있는 군함)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통한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한화의 인수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수상함 수주가 전무하다. 대우조선해양이 부진한 사이 수상함 시장 강자로 HD현대중공업이 부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수상함 시장에서 여러 성과를 달성했다. 한국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을 국내 최초로 100% 자체 설계 및 건조했다. 소말리아 해역으로 파병되는 청해부대의 기함 역할을 하는 충무공이순신함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수상함만 30여척이다.
하지만 최근 수상함 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8100t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정조대왕급) 3대는 물론 5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 설계 계약 모두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수상함 수주 부진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수상함, 잠수함 등) 매출은 2020년 1조8739억원에서 지난해 7056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전체 사업에서 특수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26.7%에서 2022년 14.5%로 낮아졌다.
잇따른 경영 위기가 대우조선해양 수상함 경쟁력에 타격을 줬다. 2010년대 후반 일반 선박의 수주 부진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안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HD현대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EU 반대로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위기는 더욱 가속화됐다. 연이은 악재로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4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부채 비율은 약 1800%이다. 당장 다음 달 발주되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도 대우조선이 수주할 가능성은 낮게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 경쟁력을 끌어올려 국내 수상함 시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방위 역량이 계속 향상되기 위해서는 경쟁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수상함 사업 반등을 위해 도크 보수 등 건조시설 현대화를 계획했다.
변수는 공정위의 최종 심사다. 공정위는 한화가 함정 부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줄 경우 군함 시장 경쟁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앞서 특수선 분야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조는 “방산 분야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슈퍼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결합 승인 과정에 ‘조건부 승인’ 절차를 밟아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방위사업청은 공정위에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국내 방산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