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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 눈치싸움 [2연속 기준금리 동결]
국고채 금리, 기준금리 밑돌아
금리 엇박자로 통화정책 힘 떨어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시장에선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고, 은행권의 대출 및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2연속 동결...‘14년 만에 최고’ 수준에도 은행 금리는↓=한은 금통위가 지난 2월에 이어 11일에도 기준금리를 현행 3.5%로 동결하면서 기준금리는 다음 금통위가 예정된 5월 25일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통화 기조가 완화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기준금리 3.5%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2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이창용 한은총재도 지난 2월 23일 “물가가 2% 수렴 확인 전까지는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대출 및 예금금리가 이에 역행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42~5.91%로 하단이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또한 3.64~5.91%로 하단이 기준금리보다 단 0.1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말 5%를 넘나들던 예금금리는 더 크게 감소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금리(1년 만기)는 3.37~3.70%로 5곳 중 4곳의 금리가 기준금리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증가하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80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827억2000만원)과 비교해 약 22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최근 시장금리가 이처럼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전날 기준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연 3.20% 아래로 내려가며 기준금리와 0.3%포인트 이상 금리 차를 보였다. 금리 인하를 반영한 셈이다. 특히 국고채 5년물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의 기준지표인 금융채 5년물에 연동된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도 은행권 금리 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은행권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를 지속해왔다. 사실상 정부가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부추긴 셈이다.

▶ ‘금리 엇박자’로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시장금리 더 내릴 수도”=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한은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안정’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콜금리 등 초단기금리 상승을 이끈다. 이는 콜금리를 통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의 비용 상승을 부추긴다. 이후 장단기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투자 및 소비 수요는 줄어들고 물가는 하락한다. 지금과 같이 은행의 금리 인하가 계속될 시에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통화정책 간의 충돌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최근 통화량 추이나 이자율 추이를 보면, 시장금리는 상승 국면에 있고, 통화정책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고통받는 것 자체가 통화정책 효과의 발현”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달 금통위 당시 “기업과 가계가 높은 금리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화정책 무력화에 대한 우려는 계속된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며 대출금리 인하 추세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금리 하락 자체가 한은 통화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지금과 같은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경우 시장금리 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일정 기준을 세워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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