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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마무리...“문제는 경기침체” [2연속 기준금리 동결]
수출·내수 동반 위축...추가인상 어려울 듯
한미 금리차 1.5%P 최대...재인상 여지도

한국은행이 2월에 이어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파르게 오르던 물가 상승률이 2월(4.8%)과 3월(4.2%) 연이어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더 이상 긴축을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미국과의 금리차가 1.5%포인트로 사상 최대폭이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긴축 강도를 낮출 것이라 예상되는 점도 한은의 추가금리 인상 부담을 덜었다. 외환시장도 외환보유액 등을 고려하면 안정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3.5%에서 나아가 빠르게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돌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기울기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고,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를 다시 밀어올릴 요인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환 시장이 안정적이라곤 하나, 한미 금리차 역전도 여전히 부담스런 요인이다. 미국이 5월 재차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금리차는 적어도 1.75%포인트 벌어지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흐름에 따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는 5% 아래로 내려왔다...“문제는 경기”=한은은 코로나19로 묶였던 경제가 풀리며 물가가 오르며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이후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올리는 동안에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최고 6.3%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5.2%였으나 이후 4%대로 내려앉았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2%와는 거리가 있지만,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며 연말께 3% 초반, 연평균 3.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물가 흐름은 한은이 예상한 경로에 대체로 부합한다는 평가다.

문제는 경기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 부진에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고,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졌다. 경상수지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적자를 내면서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분기 적자가 가시화하고 있다.

수출과 함께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2월 카드승인실적은 87조5000억원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성장동력인 수출과 함께 소비마저 위축되면, 성장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을 벗어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은과 정부, 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수준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지금 고려해야 하는 요인들이 너무 많은데 물가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있지만 경기나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금리를 인상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선택의 폭이 많지 않다”며 “물가상승률이 5%대라면 일단 기준금리를 올려야겠지만 지금은 4%대 초반으로 내려온 상태고, 지금으로서는 경기가 더욱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금융 안정’도 중요...연준 긴축 속도 완화 기대=지난달 SVB,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발생하며 금융시장의 우려가 높아진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해석된다. 미국, 유럽 등 중앙은행들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금융 안정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이번 사태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추가 긴축 우려가 완화된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호주 등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금통위원들이 앞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 요인으로 언급했던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해 1400대까지 치솟았으나 현재는 130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으로 평가되고 있고,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와 비교하면 소비자물가상승률 대비 기준금리는 한국이 가장 높다”며 “한은의 금융상황지수(FCI)는 현재 이미 상당한 긴축기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내 인하 기대는 시기상조=다만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이번 인상 사이클이 완전히 종료됐다거나 연내 기준금리 인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4%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고, 국제유가 상승이나 환율 등 변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 방향에서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향후 연준의 추가 인상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한은에 남아 있는 부담 요인이다.

하 교수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한은이 예상했던 경로보다도 현저하게 낮아지면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볼 순 없다”며 “기준금리를 좀 더 높인 다음에 동결할 수도 있고, 지금 수준으로 갈 수도 있지만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힌다 하는 확신이 있어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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