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슈퍼사이클에도 내우외환 우려 깊어져
“국익 우선해서 결정 빠르게 이뤄져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방산시장에서 수요자는 정부이기 때문에 결정권은 모두 국가에 있다. 경쟁 제한 우려 또한 희박한데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
한화그룹이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인수 계획에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국익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 3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79척(244만CGT)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 15척(80만CGT·33%)을 수주하면서 총 43척(95만CGT·39%)을 수주한 중국에 밀렸다.
이 와중에 중국 조선업계에 ‘초대형 수주’ 소식도 전해졌다. 환구시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선박그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프랑스 국적 선사인 CMA-CGM과 2종류의 컨테이너선 16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16척 가운데 12척은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메탄올 트윈 엔진 컨테이너선이며, 4척은 2만3000TEU 액화천연가스(LNG) 트윈 엔진 컨테이너선이다. 16척의 수주액은 210억 위안(약 4조300억원)을 웃돌면서 중국의 조선업 역사상 단일 수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에어버스 160대를 구매했다. 이번 건조계약은 프랑스로부터 이에 대한 화답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K-조선은 내우외환 상황이 깊어지고 있다. 먼저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 한화 측에서는 당초 국내외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되면 신규 자금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49.3%)를 인수하는 등 늦어도 4월까지 모든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정위 심사 지연으로 “이달 중에는 (합병 완료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는 노후 선박 교체 수요 증가와 각국의 친환경 규제 강화로 ‘슈퍼사이클(대호황)’ 상승기에 진입했다.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 역시 올해부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경영 정상화 지연과 핵심인력 유출 등으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한 여파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분기 대우조선의 수주금액은 8억 달러(약 1조600억원)에 그치면서 작년 1분기(42억 달러) 대비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각각 73억 달러(약 9조6500억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수주하면서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순항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지연으로 (대우조선의) 신용도 상향이 늦어지면서 신규 입찰시에 신용점수로 인한 감점이 불가피하고, 신용도 기반 금융거래비용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는 동안 국내 기업들 간 ‘감정 싸움’도 길어지고 있다. 한화 측은 “경쟁사의 문제제기로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사로 지목된 HD현대는 “한화 측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다른 부분도 침소봉대”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옥. [한화그룹 제공] |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경쟁사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는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위사업청 역시 최근 공정위에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종 결론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이런 사이 중국 경쟁업체들은 저가 수주를 앞세워 한국의 핵심 제품인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분야까지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국익을 어느때보다 우선해서 판단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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