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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원물가 여전히 높은데 유가 불확실성까지…깊어지는 금리·경기 딜레마 [홍태화의 경제 핫&딥]
근원물가 4.8%로 여전히 높은데 유가 불안까지
원자재 가격 뛰면 언제든지 물가 상승할 수 있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시장 흔들리고
경기 침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마저 불안해
물가와 경기, 두 현안 속 딜레마 상황 빠진 정부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반값치킨을 고르는 시민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유가가 반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채소 가격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전체 물가는 일부 안정세를 보였는데, 이는 석유류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기인했다. 외식·가공식품·공공요금 등에선 물가가 잡히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게 되면 언제든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물가와 경기를 둘 다 잡아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였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경기 침체 등으로 금리 인상에 일부 제약이 있는 가운데,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9일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2월(4.8%)과 비교해 오름폭이 낮아지지 않았다.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2월과 같은 4%를 기록했다.

근원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이유는 앞서 오른 원자재 물가의 상방압력이 아직도 2차 품목에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 가공식품, 공공요금이 대표적이다.

외식 물가상승률(7.4%)의 기여도는 0.96%포인트에 달한다. 가공식품(9.1%)은 0.8%포인트, 전기·가스·수도(28.4%)는 0.93%에 달한다. 전체 물가상승률 중 세 품목의 기여도가 64%에 달한다. 앞으로도 근원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전체 물가지수와는 다른 추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4.2% 상승했다. 전월인 2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3월(4.1%) 이후 최저 상승폭이다. 근원물가 지수인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것으로, 이는 2021년 1월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전체 물가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석유류 때문이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하락했다. 2월(-1.1%)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가 이어졌고,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LPG(-8.8%)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석유류 가격은 언제든 다시 뛸 수 있다. 근원물가가 안정되지 못한 가운데 산유국 감산으로 유가가 뛰면 물가는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우리(한은)는 국제 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공공요금 조정도 예정된 만큼 이런 변수들을 다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농축수산물 물가도 다시 움직이고 생겼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11월(0.3%)부터 지난 2월(1.1%)까지 물가 안정목표치인 2%를 하회했다. 그런데 지난달 3.0%기록하며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채소물가는 13.8% 급등했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상승세를 타면 가공식품 물가와 외식 물가를 잡기 어렵다.

정부 입장에선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SVB 파산 등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경기도 살아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물가마저 불안하기 때문이다. 경기 반등으로도, 물가 안정으로도 일관된 정책 목표를 설정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및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전년동월비 4.8%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국제에너지 가격 연동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하는 한편, 닭고기, 가공용 감자와 같은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및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여 물가 안정기조가 조기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핫&딥’은 경제 상황과 경제 정책 관련 현안을 보다 깊고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경제 상황 진단과 전망은 물론 정책에 담긴 의미와 긍정적·부정적 여파를 풀어서 씁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또 다양한 의견을 담겠습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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