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악재 속에서도 원전 산업 경쟁력 유지
가스터빈, SMR으로 상승세 이어갈 계획
지난달 29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 체결식에서 이창양(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연인(왼쪽)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탈원전 정책 여파로 성장 동력이 꺾였던 두산에너빌리티가 완벽한 부활을 향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1분기에 벌써 4조원대의 수주를 따내 올해 수주 목표액(8조6000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이미 달성했다. 정부의 원전 드라이브에 힘입어 기존 핵심 사업인 원자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다.
9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약 4조원대의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수주 목표액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다.
수주 성과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2조9000억원) ▷카자흐스탄에서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계약(1조1500억원) ▷우즈베키스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기자재 공급(600억원) 등이다.
특히 신한울 원전은 국내 원전 업계에서 2014년 신고리 5‧6호기 이후 9년 만에 나온 대규모 발주 건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에 성공하면서 주기기 제작 등 국내 460여개 원전 협력사가 참여하는 생태계도 열리게 됐다.
탈원전 정책, 그룹 구조조정 등 잇따른 악재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2~3년간 힘든 시기를 딛고 지금의 원전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원전 설비 소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하나의 공장에서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일하다. 이외에도 가스터빈, 풍력발전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이같은 노력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원전 건설 계약 등에 힘입어 지난해 수주액 7조584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6조3397억원) 대비 19.6%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액은 14조4821억원으로 전년(13조4559억원) 동기 대비 7.6% 늘었다. 수주잔액은 길게는 수년 동안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수주잔액 증가는 두산에너빌리티 향후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세계 주요 국가들은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신규 원전 2기를 발주할 예정이다. 벨기에,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에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 4월 한국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로 공급한 270㎿급 가스터빈. [두산에너빌티리 제공] |
더욱이 올해부터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이 국내에서 상업 운전할 예정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대형 가스터빈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부터 북미, 사우디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시장 공략에도 주력하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발전 용량이 적은 대신 설치 시간이 짧고, 대형 원전보다 사고 위험이 적다. 다양한 장점 덕분에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은 글로벌 SMR 시장 규모가 2035년에 630조원까지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SMR 시장을 일찍이 주목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부터 미국 SMR 선도기업인 뉴스케일파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유일하게 SMR 주기기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달 10일에는 뉴스케일파워와 처음으로 소재 제작 계약을 맺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