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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부동산 올해도 춥다…아시아 상업용 부동산도 ‘꽁꽁’
부동산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금융 불안으로 인한 대출 규모 축소의 영향 등으로 올해 전세계 부동산 시장 역시 침체기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사진은 영국 에일즈버리의 신축 주택들의 모습. 지난달 31일 발표에 따르면 영국의 3월 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3.1% 급락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드라이브가 지속되면서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부동산 시장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거용과 상업용을 막론하고 부동산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고점 대비 최대 19% ‘뚝’...집값 하락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하는 이유’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올해 대부분의 선진국(G10)에서 부동산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위축을 불러온 주택담보 대출 금리의 추가 인상 여지가 남아있고, 따라서 세계 주택 시장이 아직 저점을 찍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은 “주택 판매와 가격 위축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G10 경제 대부분에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주택 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투자 위축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1% 상승하면 3~4분기 이후에 주거용 고정투자가 5%, 10분기 이후에 주택 가격이 2.5% 하락하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추정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새롭게 조성된 마을의 모습. 골드만삭스는 금리 인상과 주택 공급 상황 등을 바탕으로 주택 가격을 전망한 결과, 캐나다의 경우 고점 대비 19%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로이터]

골드만삭스는 금리 인상과 주택 공급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을 적용한 모델을 통해 각 선진국의 주택 가격을 전망했는데, 뉴질랜드와 캐나다의 주택 가격은 고점 대비 19%, 스웨덴과 호주는 각각 17%,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의 경우 낮은 공실률에 힘입어 집값이 고점과 비교해 최대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총 4.25%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영국의 경우에는 최근에야 주택 가격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영국의 3월 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3.1% 떨어지며 시장 예측치인 2.2% 감소를 밑돌았다. 지난해 8월 기록한 최고치 대비 4.6%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영국의 경우 250만명 이상이 연내에 주택 담보 대출 고정 금리가 만료되면서, 더 높은 금리로 재융자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들은 월평균 250파운드(약40만원) 가량 차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약 11만 명이 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아직 뚜렷한 부동산 침체를 겪지는 않았으나, 더 나빠질 여지가 큰 ‘슬로우 무버’(slow mover)로 분류하며, 고점 대비 12%까지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中 리오프닝 효과 어디로...얼어붙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아시아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올해도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3년동안 닫혔던 중국과의 국경이 다시 열렸지만, 여전히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으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홍콩 전경 [로이터]

미국을 중심으로 공실률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 하락과 금리 인상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던 아시아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역시 올해도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닛케이아시아는 연초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이 반등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금리 인상 및 금융 시장 혼란으로 좌절됐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둔화세는 뚜렷하다.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부동산 인수합병(M&A) 규모는 103억달러(13조5445억원)에 그쳤다. 1년전 189억달러(24조8346억원), 그리고 지난해 4분기 212억달러(27조8568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리츠는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한 임대료 등의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데, 최근 이 같은 리츠의 배당 수익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30대 고배당 리츠의 수익률을 추적하는 S&P 리츠 지수는 3일 기준 1년 전 대비 -11.95%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닫혔던 중국과의 국경이 3년만에 열린 홍콩도 경제 반등에 대한 기대와 달리 상황이 좋지 않다. 당초 시장은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침체에서 벗어나 저점 대비 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여전히 홍콩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공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임대 계약 체결을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건설현상의 모습. 전세계적인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주거용과 상업용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싱가포르의 주택 가격은 공급 부족과 시장 심리 강화가 맞물리며 3.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AFP]

다만 홍콩 국경이 사실상 폐쇄된 사이 아시아 금융허브의 자리를 꿰찬 싱가포르는 상황이 좀 다르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오히려 싱가포르가 가진 안전성이 부각되며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올해 1분기 싱가포르 핵심 상권의 임대료는 직전 분기 대비 1.3% 올랐다.

상업용부동산 전문업체 JLL은 기관 부동산 투자자 55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60%가 올해 싱가포르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위험노출)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싱가포르의 주거용 주택 가격도 나홀로 상승 중이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싱가포르의 주택 가격은 3.2% 오르며 12분기 연속 올랐다. 시장 전반의 공급 부족과 중국 경제 활동 재개로 인한 시장 심리 강화가 주택 가격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웡시엔양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싱가포르 조사 책임자는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개인 주택 가격은 올해 3%에서 5%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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