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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천 가지 감정을 새겼다…‘조승우표 유령’의 탄생 [오페라의 유령]
6월 18일까지·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3년 만의 한국어 공연 주역 조승우
‘내면의 가면’ 벗겨낸 상처 입은 유령
대사와 넘버마다 감정의 숨결 새겨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37년, 전 세계에서 1억 4500만 명,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만난 ‘전무후무한 히트작’인 ‘오페라의 유령’이 돌아왔다. 13년 만에 열리는 한국어 공연에서 조승우는 유령 역을 맡았다. 조승우가 신작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은 7년 만이다. [에스앤코 제공]

[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환희, 집착, 광기, 분노, 상실, 절망, 체념….

유령의 목소리엔 수천 개의 감정과 인격이 담겼다. 한 소절 한 소절마다 발성이 달라졌다. 고독한 성에 살던 유령의 가면이 벗겨지면 그의 감정은 낱낱이 까발려졌다. 조승우를 만나 유령은 ‘내면의 가면’까지 완전히 벗었다. 치열한 고민의 결과였다.

마침내 조승우와 ‘오페라의 유령’(6월 18일까지·부산 드림씨어터)이 만났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마친 조승우는 “결국 막이 올랐고 절실한 마음으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며 ”많이 떨고 실수도 많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무대에서 지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해줬다.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37년간 전 세계에서 1억 4500만 명,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만난 ‘전무후무한 히트작’이 돌아왔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역작이다. 한국어로 만나는 이번 공연은 무려 13년 만이다. 2001년 초연 이후 22년 동안 한국어 무대는 고작 세 번째다.

공연은 개막 전부터 ‘뮤덕’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무대와 매체를 오가는 톱배우 조승우의 합류로 화제가 됐다. 2016년 ‘스위니토드’ 이후 선보이는 7년만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승우의 공연 회차는 줄줄이 매진을 기록했고, 화창한 봄날과 함께 시작한 공연으로 부산 일대는 타지역에서 여행을 겸한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기획사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드림씨어터와 연계해 숙박 등의 패키지를 제공하는 부산 아바니 호텔은 일찌감치 예약이 다 차 만실을 기록할 만큼 타지역에서도 많이 찾고 있어 공연 기간 동안의 경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 중인 부산 드림씨어터의 1700여 석을 꽉 채운 관객들 [에스앤코 제공]
‘조승우표 유령’의 완성…내면의 가면 벗은 상처 입은 영혼

조승우와 유령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어 공연 초연 당시 최종 오디션까지 봤지만, 영화 ‘후아유’의 촬영이 겹쳐 무대엔 서지 못했다. 조승우에게도 13년의 기다림이었다. 2010년 ‘지킬 앤 하이드’로 데뷔한 조승우는 그간 ‘조로’, ‘닥터 지바고’를 거쳐 ‘헤드윅’,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토드’ 등 굵직한 대작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오페라의 유령’은 조승우의 7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컸다.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등 조승우가 해석한 캐릭터가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로도 구축된 사례가 많았기에, 이 작품에서도 ‘조승우의 유령’엔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유령은 ‘천재 음악가’다. 흉측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반쪽 짜리 가면을 쓰고 오페라하우스의 지하에서 은둔하는 존재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프리 마돈나를 발굴해 최고의 스타로 성장케 하는 멘토이나, 마음 한구석에 품은 깊은 사랑은 그의 불완전한 자아를 드러낸다.

조승우 무대의 강점은 단연 연기력이다. 가면으로 반쯤 가려진 얼굴로도 대사와 가사 전달력이 놀랍다. 정확한 발음엔 유령의 섬세하다가도 거친 감정이 촘촘히 새겨진다. 그의 캐릭터는 크리스틴의 성장, 크리스틴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시각각 달라진다. 거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권위적인 목소리를 크리스틴을 인도하는 모습, 크리스틴을 ‘자신의 노래 인형’을 만들기 위한 욕망, 그러면서도 한없이 ‘소중한 보물’을 대하는 듯한 애틋한 연정이 담겼다. 2막에 들어서면 유령의 감정은 커다란 무대를 숨막히도록 채운다. 이뤄지지 않는 사랑 앞에 분노하다 한없이 유약해지고 마는 상처받은 영혼의 모습으로다.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유령에 도전한 조승우와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 [에스앤코 제공]
진성부터 가성까지…넘버마다 바꾼 발성의 힘

작품에서 유령은 하이 바리톤 음색을 갖춰야 하며, 극 저음부터 파워풀한 넘버까지 소화해야 한다. 조승우와 함께 캐스팅된 또 다른 유령들은 모두 ‘성악파’다. ‘오페라의 유령’ 자체가 그간 정통 클래식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김주택은 베르디국립음악원을, 전동석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최재림 역시 성악을 전공했다. 조승우만 유일한 배우 출신이다.

관객들에게도 유령의 성악 발성이 익숙하겠지만, 조승우는 노래마다 발성을 바꾸며 감정을 싣는 연기로 색다른 유령을 만들었다. 마디마다 가성과 진성을 오갔고, 파워풀한 성악 발성으로 유령의 복잡다단한 감정 변화를 노래했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부터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넘버와는 또 다른 느낌의 해석을 만날 수 있었다. 조승우의 유령을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는 선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감싸 안는다.

신동원 에스앤코 프로듀서는 “조승우는 유령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본인만의 발성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승우는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내 옷이 아닌가, 내겐 너무 큰 옷인가…수많은 편견, 선입견들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다”며 “하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용기를 줬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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