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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 커진 김재원·태영호 설화…여권 감정싸움까지[이런정치]
洪, 전광훈·김기현 지도부 연일 저격
김기현 “지방자치행정 전념했으면”
당 내선 “전광훈 쫓아내야…휘둘리면 안 돼”
태영호, 4·3 75주기에 “왜 사과해야 하나”
국민의힘 지도부의 김재원 최고위원(왼쪽)과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료 위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달아 불거진 설화(舌禍)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여권 인사들이 비판 여론에 가세하며 잡음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제주 4·3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은 4·3 75주기를 맞은 당일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까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金-洪 신경전’ 번진 김재원 발언…“전광훈 당에서 쫓아내야”

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 목사와 관련해 두 차례 실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최고위 공개 사과 직후 자세를 한껏 낮춘 상태지만, 논란은 장외로 번지고 있다. 우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신경전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에 대해 “지방자치 행정 맡은 사람이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홍 시장이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지도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하고 오히려 ‘니는 지방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홍 시장은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고문이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며 “참 어이없는 당대표 발언”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29일에도 김 대표에 대해 “당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게 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며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당 운영으로는 당을 역동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지 않는 당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지도부는 앞서 김 최고위원에 대해 사실상 ‘구두 경고’만 내렸는데, 홍 시장은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

홍 시장은 전 목사와도 장외전을 하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생중계된 예배에서 홍 시장을 향해 “이 자식”, “홍준표씨 인정할 건 인정하자. 솔직히 우리가 광화문 운동 안 했으면 정권교체가 됐냐고요, 안 됐잖아, 지금 와서 광화문을 타격(공격)해”, “최고위원이고 개뿔이고 다 필요없다. 저놈들은 내년 4월10일 선거에서 공천주지마, 다 잘라버려라”라고 말했다.

이에 홍 시장은 2일 “목회자가 목회자답지 않게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제력을 잃고 거친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울러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라”고 꼬집었다.

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양반(전 목사) 우리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혹시 당원이면 바로 출당을 시켜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왜 옛날에 이 양반에게 편승해서 그런 일을 하다가 다시 화살이 돼서 자기한테 돌아가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초선 홍석준 의원도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홍준표 시장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전 목사 측 세력과의) 단절이라는 게 정책을 펼 때의 기본적인 방향 내지는 스탠스다. 그런 분들의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개혁보수 성향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광훈 목사가 설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라며 “전광훈 목사가 여당의 운영 내지 공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비웃을 수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당의 수석 최고위원이라고 하는 분이 천하통일을 한 인물로 추앙하고 있다 보니까 이걸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거냐는 불안감이 드는 상황”이라며 “여당의 운영에 ‘진짜 영향을 미치겠네’라는 우려를 국민들께 드리면 안 된다. 전 목사와 관련된 당을 우리가 어떻게 찍냐”고 반문했다.

태영호, 제주 4·3 75주기에 찬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제주 4·3사건에 대한 태영호 의원(최고위원)의 발언도 지도부에 찬물을 끼얹었다. 태 의원은 2월13일 제주에서 열린 3·8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가 자행한 만행’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태 의원은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3·3희생자유족회 등 단체들은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을 현혹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바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4·3 57주기를 맞은 이날도 태 의원은 ‘과거 발언을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아직까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특정인들에 대해서 조롱하거나 폄훼한 일도 없었다. 그 분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자 한 발언이었다”고 강조하면서도, “4월3일 일어난 일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당 결정에 의한 12개의 경찰서와 관공서에 대한 무장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이게 제 소신”이라며 “사과해야 한다면 무엇을 사과해야 되는지가 먼저 규명돼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야권은 즉시 반발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은 정당 활동도 표현의 자유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대한민국의 역사 인식보다 북한에서 배운 것을 추종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그것도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과거 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제주도에서 열심히 정치를 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힘의 다른 당원들이나 아니면 지지자들도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며 “이것을 꼭 윤리위나 징계로 규정하기 이전에 스스로 잘못을 깨달아야 하고, 만일 이것이 교정되지 않는다면 국민들께서 선거로서 따끔하게 교정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 분들이 일시적으로 본인이 선거하는 지역구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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