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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만드는데 물을 이렇게 많이 써? 삼성이 ‘수달’까지 내세운 이유 [김민지의 칩만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ESG 마스코트 ‘달수’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유튜브 채널]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촉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 중”.

하루에도 몇 번씩 행정안전부의 산불예방 문자가 수시로 울리는 요즘입니다. 올 봄은 유독 가뭄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산불이 많았죠. 때문에 오는 수요일 예고된 비 소식이 더욱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반도체 이야기인데 왜 산불과 비를 꺼냈을까요? 최근 들어 삼성·SK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수시로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ESG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바로 물.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과 절약 성과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습니다.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데 엄청난 양의 물이 쓰인다는 얘기,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제조 공정에서 수만톤(t)의 물이 쓰이는 걸까요? 그리고 반도체 회사들은 수자원 절약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칩(Chip)만사(萬事)’, 오늘의 주제는 바로 물입니다.

삼성, 수달 앞세워 애니메이션까지…반도체, 물 없인 안돼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최근 애니메이션 ‘둥둥, 오~~ 달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달수’는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을 모티브로 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캐릭터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모여있는 용인부터 평택까지 흐르는 약 15㎞ 길이의 오산천에 서식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ESG 애니메이션 ‘둥둥, 오~~ 달수’ [삼성전자 제공]

‘둥둥, 오~~ 달수’는 지난달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처음 공개됐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국내 및 글로벌 유튜브 채널에서 약 60만 조회수를 달성했죠. 오는 5일 식목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숲속공장의 탄소 저감 효과에 관한 두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수자원은 절대 빠질 수 없는 핵심입니다. 제조 공정, 공정 가스 정화, 클린룸의 온·습도 조절 등 반도체 한판을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특히, 반도체 품질을 좌우하는 특별한 역할도 합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는 일반수(水)가 아닌 초순수가 사용됩니다. 초순수란, 여러 차례의 정수과정을 거쳐 물 속의 전해질,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등을 전부 제거한 물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산소만 남아야, 진정한 초순수라고 할 수 있죠.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초미세 공정이 적용되는 반도체 제조에서는 아주 작은 불순물도 고장의 원인이 됩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전부 철저하게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것도 같은 이유죠. 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Wafer)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세척하려면 ‘초순수’만을 이용해야 합니다. 통상 6인치 크기의 웨이퍼 하나를 만드는데 1t 이상의 초순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사업장에서는 하루 평균 약 30.5만t의 물을 사용(취수량)하고 있습니다. 대만 TSMC도 공장 하나에서 매일 9만9000t 가량의 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31만t 중 25만t 정화돼 방류…수자원 절약에 사활

그렇다면 이처럼 반도체 공정에 매일 수십만t씩 쓰인 물은 어떻게 될까요?

정화돼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쓰인 30만 t의 물 중 약 24.9만 t의 물이 정화 작업을 거쳐 각 지역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죠. 앞서 귀여운 ‘달수’ 캐릭터가 거주하는 오산천도 과거에는 수량이 부족해 악취가 발생하는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기 힘든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역사회, 환경단체와 함께 오산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합심한 결과, 현재 기흥사업장에서 매일 5만t의 정화된 용수가 방류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 ‘그린센터’의 물 정화 공정을 거쳐 최종 정화된 물로 조성된 삼성전자 사업장 안 연못 [삼성전자 제공]

취수량 절감을 위해 하수재이용수 도입도 추진 중입니다. 2030년 하수재이용수를 하루 40만t 이상 사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연간 약 1.5억t 수준으로 하나의 댐을 새로 건설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국제수자원관리동맹(AWS)’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담은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주요안 중 하나로 국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선언해 화제가 됐죠. 반도체 라인 증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30년 반도체 사업장에서 필요한 하루 취수량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용수 재이용을 최대한 늘려 이를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물을 사용하지 않는 스크러버를 개발하는 등, 용수 사용량 절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1년 이천 사업장에 폐수 재이용 시스템을 추가 설치해 일일 재이용 가능 용량을 6만 t까지 끌어올렸죠.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며 2030년까지 수자원 절감량 누적 6억 t을 달성하고, 취수량 집약도는 2026년까지 35% 감축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123rf]
‘한국·대만’ 가뭄에, 전세계 반도체가 휘청할 수도

반도체 업계의 수자원 관리 문제는 비단 한국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를 비롯한 주요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이달부터 물 사용량을 10% 가량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여파로 대만 주요 공업도시의 강우량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 때문에 대만 TSMC는 2년 전인 2021년에는 공장문을 닫을 위기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수자원이 메말라 반도체 제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이에 반도체 생산량에 차질이 생기면서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반도체 주요국 중 한 곳에만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도, 전체 글로벌 반도체 업계로 치명적 여파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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