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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보조금 수혜로 중국 제칠 기회 잡았다” K-배터리 소재 기업들 ‘방긋’ [비즈360]
IRA세부지침 후 한국 소재 기업 반응과 대응 전략
롯데케미칼·SKC·LG화학·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일본 업체와 직접 경쟁 가능성 부담 요소”
포스코퓨처엠이 건설하고 있는 포항 양극재 공장 조감도. [포스코퓨처엠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김은희 기자]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산 양극재·음극재로 제조한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을 공개히면서 국내 이차전지 소재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지금처럼 한국에서 생산한 양극재·음극재를 미국으로 수출해 가공해도 IRA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 국내 업계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업계의 경우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글로벌 시장 투자 등에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소재업계 수혜 기대감↑

3일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 재무부 발표 내용과 관련 “후속 상황 등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단계”라면서도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케미칼이 속해 있는 롯데그룹 화학군은 이차전지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에 대한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연 6만t의 동박 생산능력을 갖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인수를 지난달 완료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향후 말레이시아·스페인 등에서 오는 2027년까지 연 23만t 규모로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 중 하나로,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에 불과한 두께 10㎛(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얇은 구리막을 말한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를 씌우는 역할을 하며 공정이 까다로워서 신규 진입이 어려운 산업으로 꼽힌다.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 역시 이번 IRA를 통해 중국 경쟁사와의 거리를 더 벌릴 것으로 관측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SK넥실리스는 점유율 22%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중국의 왓슨(19%), 대만의 창춘(18%),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3%) 등이 2~4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터리 원가의 40~50% 가량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2차전지에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하며, 양극재 성능에 따라 배터리 용량과 전압 등이 좌우된다. 국내에서는 LG화학·포스코퓨처엠(구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럽의) 핵심광물원자재법(CRMA)에 대응해 유럽에 양극재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의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할 예정인 양극재 공장 조감도. [LG화학 제공]

CRMA는 2030년까지 제3국에서 나온 전략적 원자재의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유럽 양극재 공장 투자가 확정된다면 LG화학은 한국·미국·중국을 포함한 4각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LG화학은 올해 미국 테네시주에 연 12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번 IRA 세부지침 발표로 글로벌 투자에 좀 더 유연성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분리막 업계도 이번 지침 발표를 기점으로 글로벌 1위인 중국기업을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2년 기준 글로벌 습식분리막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북미 투자와 증설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분리막이 배터리 핵심 부품으로 확실히 들어가면서 IRA 규정에 따라 북미시장 진출에 대해 수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북미시장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 “투자옵션 다양해져”…중·일 업계와 ‘진검승부’ 가능성도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른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침과 관련 “국내 양극재·음극재 업체들은 IRA를 의식해 부담스러운 현지 투자를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면서 “향후 투자에 대한 옵션을 훨씬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 소재업체들과의 맞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IRA 지침에서 일본을 핵심광물 원산지 조달국에 포함시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IRA 세부지침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일본과 ‘핵심광물 협정‘을 맺었고,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일본에게 FTA 체결국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했다. 한중일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FTA 체결국이라는 한국의 강점이 사라진 것이다.

국내 양극재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파나소닉을 비롯해 소재 분야에서 저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면서 “중국 업체들도 우회적으로 규제를 피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를 노리고 있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igroot@heraldcorp.com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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