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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망 재편·경쟁 심화·AMPC’ 배터리 3대 변수로 부상
내년부터 중국산 배제...의존도 감소 시급
일본도 같은 조건·중국 우회진출 경쟁심화
배터리사 보조금 한도·기한 등 세부안 빠져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미국 미시간주 공장 [얼티엄셀즈 제공]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이 발표됐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여전히 “살펴봐야 할 것이 많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장 현재의 생산 체계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내년부터 중국산 부품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워져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일본이 우리와 유사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경쟁구도 심화’가 과제로 남게 됐다.이번에 발표되지 않은 ‘첨단제조기업세액공제(AMPC)’에 대한 세부안도 주목할 점이다.

미 재무부는 31일(현지시간) IRA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번에 발표된 세부안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는 배터리 광물 및 부품 비율도 미국이 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을 40% 이상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3750달러)과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3750달러)이다. 당초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양·음극재가 부품으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세부규칙을 통해 부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돼 국내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만약 부품으로 분류되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현지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광물로 분류되면 현지에서 반드시 생산하지 않아도 다양한 투자 옵션을 가져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FTA가 체결돼 있는 만큼 한국의 생산라인을 이용하면 된다. 미국과 FTA를 맺은 광물 보유국을 활용하는 등 제3국 생산도 가능하다.

국내 대표 양·음극재 제조업체인 LG화학,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은 이번 IRA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셀 제조를 위한 공급망 구축이 한결 용이해졌다는 측면에서 이번 규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은 부품으로 분류됐지만, 이들 업체들은 이미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마냥 낙관적인 해석은 금물이다.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막강한 경쟁자인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과 FTA 미체결국이지만, 미국과 핵심광물협정을 최근 체결하면서 FTA 체결국 대우를 받게 됐다. 일각에선 일본이 향후 배터리 핵심 광물 가공 기지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이 이번 규정에 포함되길 원했던 인도네시아(니켈), 아르헨티나(리튬) 등이 배제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해 판매할 예정인데, 현지에서 추출·가공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국내로 들여와 가공해야하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아르헨티나 등도 개별적인 협약을 통해 향후 조달 국가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해외 우려대상기관’ 역시 국내 배터리 업계에 향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이번 발표에서 우려대상기관 제외 요건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추후에 공개하기로 했다.

중국 등 우려대상기관이 제조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이들이 추출·가공한 배터리 광물은 2025년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한국의 리튬(58%), 코발트(64%), 흑연(70%) 등 광물의 중국 의존도는 절반 이상인데, 이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우려국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빠진 것을 두고 중국의 우회 진출을 인정할 수도 있단 평가도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려국가(중국산) 배제는 시차를 두면서, 자국 완성차 업체가 밸류체인을 재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포드-CATL 합작과 같이 완벽한 미국 기업 형태가 되는 경우 해당 배터리를 쓴 차량에 대한 보조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포드와 중국 CATL은 미시간주에 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포드가 기반시설과 공장 지분 등을 100%를 소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목해 왔던 첨단제조기업세액공제(AMPC)에 대한 세부안이 빠진 것도 변수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할 때 1㎾h당 35달러, 배터리 모듈까지 만들 경우 10달러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다. 세액공제 또는 현금보조 등 지급 형식, 기간별 또는 금액 한도 등에 대한 세부안이 나오지 않았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현재까지 발표한 북미 생산능력은 총 554GWh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확정되는 인센티브가 비용 절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소재 업체들은 IRA를 의식해 무리한 현지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번 발표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며 “다만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의 우회진출, 일본과의 경쟁, AMPC의 불확실성 등 여전히 유불리를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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