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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노조 노동정책 "싫다"는데 청년보좌역은 정말 몰랐나[세종백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노동개혁 추진을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고용노동부에 마련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24일 ‘노동개혁정책관’을 신설키로 하고, 대신 공무원노사관계과와 공공기관노사관계과를 담당하는 공공노사정책관을 폐지했다.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반발이 컸던 탓이다.

3일 행안부에 따르면 고용부 노동개혁정책관 인사는 이달 중순께 국무회의 통과 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내부에선 노사협력정책관이 노동개혁정책관으로 임명될 것이란 얘기들이 나온다. 그간 각 부처의 숱한 요구에도 조직개편에 보수적이던 행안부가 서둘러 ‘노동개혁정책관’ 자리를 만드는 것은 노동개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 최대 69시간' MZ노조 반대할 줄 정말 몰랐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가 2023년 국정과제 첫 머리에 올렸던 ‘노동개혁’은 현재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노동시장개혁’을 발표한 직후 ‘주 최대 92시간’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은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지난 3월 ‘근로시간 제도개편안’ 발표 이후에도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이 정부 ‘개편안’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게 된 계기는 이번 노동개혁의 파트너로 인식됐던 MZ노조 새로고침이 정부 안에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평균 근로시간이 더 많은 이유는 연장근로 상한이 높고, 산업 현장에서 연장근로가 잦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MZ노조가 반대하자 정부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세간의 평가들이 나왔지만, 정작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다수 기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고들 말했다. 정부는 기존 한국·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을 비판하고 옥죄는 반면 새롭게 떠오른 MZ노조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써왔다. 예컨대 양대노총에 지급했던 보조금도 MZ노조에 주겠다며 제도까지 고쳤다.

지금껏 정부 노조 지원 보조금은 ‘양대 노총’과 그 산하 기관이 받았다. 하지만 고용부는 올해 정부의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 대상에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회’로 확대했다. 사실상 새로고침 협의회 등 MZ노조 지원을 위한 제도 개편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정작 새로고침은 정부 보조금 사업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MZ노조를 취재하던 이들은 “정부가 MZ노조와 얼마나 ‘소통’을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MZ노조의 생각을 들어보면 정부 정책을 고스란히 대변해줄 것이란 기대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새로고침은 정부 보조금 사업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협의회의 자주성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쪽짜리' 청년보좌관…고용부가 '정책소통' 우수기관?
고용부 2030 자문단이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세번째)과 함께 미래 노동시장 관련 호프 미팅을 하고 있다. [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러다보니 윤석열 정부가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주요 정책에 반영하고 정책과정에 대한 이들의 직접 참여를 위해 신설한 청년보좌역의 역할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청년보좌역은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총 9개 중앙행정기관에 임명됐다.

청년보좌역은 정부의 주요 정책 수립·시행 시 청년세대의 인식과 요구를 기관장에게 직접 전달하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청년정책 실무를 총괄하고 관련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청년정책 전담부서’와는 차이가 있다. 당사자 입장으로 청년 인식 및 태도를 파악하고, 청년들의 의견 수렴 및 참여를 촉진하고, 2030 자문단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세종청사 11-1동 고용노동부 본부 1층에 걸린 '2022년 정부업무평가 고용노동부 정부혁신·정책소통' 우수기관 안내판. [사진=김용훈 기자]

하지만 정작 근로시간을 둘러싼 ‘MZ세대의 반란’이 외부로 노출될 때까지 청년보좌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일각에선 정부가 운영하는 2030 자문단 등이 MZ세대의 ‘진짜 목소리’를 덮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MZ세대 진짜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 달 24일 정부 여당의 행적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날 오후 국민의힘은 호프집에서 새로고침 일원과 고용부 사무관 등 청년들을 호프집에서 만났다. 대통령은 호프집 회동에 참석한 청년에 전화까지 걸어 현장의견을 청취했다. 반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청년노조인 청년유니온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들은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알려야 했다.

이달 중순 임명되는 노동개혁 컨트롤타워 ‘노동개혁정책관’이 가장 먼저 맞닥뜨려 풀어야 할 문제도 바로 ‘소통’이다. 하지만 MZ세대의 진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새로운 조직개편도 무용지물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일주일 새 4%포인트(p) 떨어진 30%를 기록했는데, 특히 20대에선 11%p가 떨어지면서 반토막 났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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