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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된 전기·가스요금 결정기구 설치 절실…정치권發 포퓰리즘에 결국 국민 피해
한전 “한전채 발행 차질시 전력 공급망 위태”
가스公 이자비용 하루 13억원…올해 미수금 13조 전망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여부를 잠정 보류시키면서 에너지 공기업 발(發) 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지연될 경우 한국전력은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해 전력 공급이 위태로워지고, 한국가스공사는 미수금이 올해 말 13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전력 관련 기업과 학계에선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도록 독립된 전기·가스요금 결정 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전기위원회는 전기요금 조정 및 체제 개편과 전기사업 허가 등의 업무를 담당하지만 전기요금 결정권은 정부에 있어 그동안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3일 한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비가 급등했던 지난해 한전채 발행 규모는 37조 2000억원으로 2년 만에 12배 증가했다. 이 중 국내 한전채 발행액은 35조원으로 국내 회사채 발행액(76조 8000억 원)의 45.6% 수준에 달한다.

문제는 올해도 적자가 5조원 이상 발생할 경우 내년에는 한전법에 규정된 사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 초과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전은 사채 발행에 차질이 생기면 전력구매대금과 기자재·공사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한때 연 5% 후반의 고금리인 한전채가 과다 공급되면서 국내 채권시장 수요를 잠식하고 채권금리의 동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 한전이 제 살길을 찾아 빚을 냈을 뿐인데 애꿎은 일반 민간기업들이 휘청거리는 이유다. 일부 대기업조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파리가 날리자 발행 계획을 접어야 했다.

또 매년 6조∼7조원 수준인 송·배전망 투자가 위축돼 발전사가 생산한 전기를 수요처에 보내지 못하게 되면 발전소의 출력제한이 확대되고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이 인상되지 않을 경우 작년 말까지 누적된 8조6000억원의 원료비 미수금이 올해 말 12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미수금에 대한 연간 이자 비용은 약 4700억원(하루당 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스요금을 통한 원가 회수율은 62.4%에 불과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 유럽 국가와의 비축용 LNG 도입 경쟁, 주요 LNG 생산 프로젝트 투자 위축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가스공사의 재정 악화가 LNG 물량 확보 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올해 각각 1조5000억원과 2조7000억원 규모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한편 추가적인 인건비·경비 조정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전기·가스요금 현실화는 윤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전기·가스요금을 현실화할 경우 일반가구나 기업들의 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통상 전기요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국전력이 조정안을 작성해 산업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 전기위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한다.

또 물가안정법에 따라 산업부가 미리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전기위는 심의만 할 뿐 최종 결정은 산업부에 있고 기재부가 협의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전기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 1명만이 상임위원을 겸직하고 위원장을 등 민간위원 8명은 모두 비상임위원이다.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정부 뜻대로 전기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정치권이나 물가당국이 포퓰리즘과 물가상승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전기요금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 에너지정책의 탈정치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전기협회와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등 10여개 전기산업 관련 단체로 구성된 전기 관련단체협의회는 윤 정부 출범직후인 지난해 6월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한 과도한 정치권의 개입도 자제가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탈정치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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