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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CE+기습 감산…미국과 관계 악화 불가피·인플레이션에도 악영향
이라크 나르빈우마르 유전 지대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합의체인 OPEC플러스(+) 소속 국가들이 2일(현지시간) 감산 계획을 내놓았다. 잠잠하던 유가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OPEC+를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B/D) 줄이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2022년 하루 생산량의 5% 수준이다. UAE와 쿠웨이트 등 다른 OPEC회원국들도 잇달아 감산을 발표했으며, 러시아는 올해 말까지 하루 50만배럴 감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당초 러시아는 하루 50만배럴 감산 조치를 6월까지 시행하기로 했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줄어드는 하루 원유 생산량은 116만배럴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200만배럴을 더하면 반년만에 전세계 생산량의 3%가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7월부터는 160만배럴 적어진다.

이날 발표는 3일 예정된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 회의를 앞두고 휴일인 일요일 전격적으로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만해도 산유국들이 생산량 변경은 없다고 비공식적으로 시사해왔다고 전했다. 지난주 블룸버그가 생산량 전망을 조사한 14명 전문가 가운데 이번 감산을 예측한 이는 한명도 없었다.

OPEC 차원의 공식적인 발표 없이 형식상 각 나라들이 개별적으로 감산에 나선 모양새지만, 사우디가 주도한 결정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이번 결정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빈손으로 돌려보내며 굴욕을 줬던 사우디는 그해 10월 미국 중간선거를 코 앞에 두고 감산을 주도하며 관계를 악화시켰다. 이번 결정은 당시 감산 결정을 두고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던 미국의 심기를 다시 한 번 건드린 셈이다.

WSJ은 “미국은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수익을 제재와 가격 상한제 등을 통해 줄이려 노력했지만 OPEC+는 2022년 감산으로 원유 가격을 지지하도록 했다”며 “이번 감산 결정은 한때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안보 파트너였던 사우디가 미국과 에너지 정책에서 대립하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미국과 관계 악화가 뻔한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석유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2030’ 추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문가인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 연구원은 AP통신에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찬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높은 유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우디 자국의 이익은 글로벌 파트너와 관계보다 사우디 의사결정에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감산은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 감산 발표 이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지만 연초 이후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은행 위기 우려가 겹치면서 8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감산은)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기존 확신을 버리고 세계 경제에 새로운 위험을 제기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높게 유지하도록 만들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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