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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걔 불쌍해서 놀아줘?” 익명 학폭글…‘과학고 준비’ 반장 자작극이었다
A씨 자녀와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을 이간질 하는 내용의 익명 댓글 캡쳐. [A씨 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중고등학생들이 즐겨 사용하는 익명 앱 ‘에스크(Asked)’ 에서 벌어진 학교폭력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한 채 수개월 째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지지부진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피해자가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과 판박이다.

28일 아이가 부산 기장군 일광 신도시의 모 중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학부모 A씨는 자녀가 익명 어플 ‘에스크(Asked)’에서 당한 학교 폭력을 호소했다. A씨는 경찰 수사를 통해 익명으로 달린 “부모없는 X” 등의 모욕글의 범인을 밝혀냈지만, 사건이 5개월 넘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아이가 또다시 학폭과 이간질에 노출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영상 캡처]

A씨는 “아이의 친한 친구 B양이 자신의 에스크에 저희 아이를 비방하는 욕설이 달린다며 아이에게 보여주더라.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 수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며 “문제의 글을 쓴 IP가 저희 아이와 친하게 지내던 그 B양의 집이었다. 아이가 봤던 악성 댓글들이 B양의 자작극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그는 “미성년자이고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사과만 하라고 했지만, B양의 엄마는 인정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위해 넘어가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A씨와 가족들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A씨에 따르면 B양은 과학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생활기록부를 관리하는 학생이다. B양은 새학기가 된 뒤로 반장까지 하면서 학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B양 측은) 본인의 딸이 억울하다며 되려 학교에 억울하다며 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저희는 결국 학폭위까지 가게 됐다”며 “경찰 수사가 다시 재진행되면서 학폭위에서는 경찰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유보 결정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B양 부모가 학폭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고 경찰수사에 변호사를 대동해 피의자 의견서를 내며 사건을 딜레이 시켰다”고도 했다.

계속해서 사건 해결이 지연되면서 A양의 자녀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작년 10월에 시작된 일이 아직도 상대방 변호사 선임과 시간끌기 소송으로 5개월이 넘게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폭 논란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헤럴드DB]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동아리 활동반에서 가해자와 또다시 마주치는 등 2차 피해까지 벌어지고 있다. A씨는 “학교 측에 가해자 분리조치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학폭위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가해자지만 가해자라고 할 수 없는 B양을 분리조치 할 명분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B양은 반장도 하며 아무런 죄책감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생기부에 ‘리더십’ 한 줄이 필요했던 걸까?”라며 “학폭위에서 진행중인 사안이면 B양이 한 짓이 안 한 것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설상가상으로 A씨 자녀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도 멀어질 위기에 놓였다. 그는 “저희 아이의 친구 에스크에 작년과 같은 수법으로 ‘쟤랑 놀지말라’는 이간질이 달렸다. 피해자를 조롱하는 익명의 글이었다”며 “저희 아이는 또 다시 그들의 보이지않는 교묘한 수법으로 친구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사실은 중요치않더라”고 했다.

A씨의 자녀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그는 “(B양 무리가) 오늘도 제 아이가 지나가자 눈을 흘기며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더라. 아이는 오늘도 두통과 호흡곤란 증상이 와서 조퇴하고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한편 학교폭력 예방기관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최근 ‘에스크(Asked)’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신고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피해 학생의 이름은 명시하지 않아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도 어렵고, 가해자도 익명이라 해결이 까다로운 악질 유형으로 꼽힌다.

어른들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 사이버폭력은 주된 학교 폭력 수법으로 자리잡았다. 재단이 지난해 9월 푸른나무재단이 청소년 6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사이버폭력을 당해봤다’는 응답비중이 3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언어폭력(19.2%)이나 따돌림(11.9%) 등을 상회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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