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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사회복무요원, 종교 신념 이유 병역거부 안돼”…첫 판결
여호와의 증인 신도, 병역법 위반 혐의 유죄 취지 파기
“집총·군사훈련 안하는 복무강제, 양심 자유 위협 안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 로비. [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복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는 사회복무요원 등의 복무 이탈에 관한 ‘정당한 사유’ 판단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회복무요원으로 하여금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지 않는 복무 이행을 강제해도 그것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거부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무청장이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병무청장의 관리·감독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도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징병신체검사 결과에 따라 군사훈련을 면제받고 2014년 6월부터 한 중앙행정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했다. 1년 6개월 정도 복무한 A씨는 소집해제 예정일을 6개월 정도 남겨둔 2015년 12월 출근하지 않는 방식으로 복무를 이탈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병역법은 사회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한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국방부 산하 병무청장 관할의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복무한다는 것이 군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워 양심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복무를 이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2016년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2018년 12월 대법원은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파기 환송했다.

그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적 병역거부를 두고 병역법상 처벌의 예외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면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입영 거부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첫 판결을 내놨는데 이 법리에 따른 것이었다.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2020년 2월 다시 열린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이탈한 것이 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형성된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시 열린 상고심은 A씨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교적 신념 등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거부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역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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