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최대 15억원→45억원 상향 추진
“조직적 영업비밀 유출 심각…엄벌 필요”
영업비밀 경제적 피해 인정받아야
수사 매뉴얼 보강 추진도
특허청이 있는 정부대전청사[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특허청이 법 개정을 통해 영업비밀을 조직적으로 유출한 법인에 대한 벌금형 상향을 추진한다. 현재 최대 15억원인 상한선을 최대 45억원까지 끌어올린다. 수사 단계부터 경제적 피해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위해 특허청 기술경찰 차원의 매뉴얼도 마련한다.
영업비밀은 기업·기관이 기밀로 관리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기술·경영 정보다. 법적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산업기술, 첨단기술, 국가핵심기술과 구분되지만 기업의 영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식음료 제조법, 특허 미출원 연구개발 정보, 프로그램 소스 코드 등이 속한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특허청은 이 같은 내용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을 마련, 이르면 올해 입법 절차에 도입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해외로 빼돌린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해외로 유출하지는 않은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존에는 개인과 법인의 벌금 기준이 동일했지만, 법인의 벌금을 높여 조직적인 기술 유출 행위를 엄벌한다는 방침이다. 양재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영업비밀 취득을 목적으로 경쟁사 직원을 채용하는 등 기업이 직접 관여하는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법인 벌금액을 올려 조직적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법인에 훨씬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영업비밀 해외 유출 시 개인에게는 500만 달러(약 65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게는 1000만 달러(약 130억원) 이하 또는 이득액 3배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일본은 더 강력하다. 법인 벌금 상한선이 10억엔(약 98억원)으로 개인 3000만엔(약 3억원)의 30배가 넘는다. 양 과장은 “기업이 관여하는 기술 유출 사건은 인재 채용 양상이 다르다”며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 기술, 반도체 기술 등 특정 분야 관련 연구자들을 한 번에 수십명씩 데려간다. 일반적인 스카우트가 아닌 기술 유출 목적의 조직적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몰수·추징 규정 도입도 검토 중이다.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영업비밀 침해로 유죄를 받아도 제조 설비 등을 침해자가 계속 보유할 수 있다.
특허청은 영업비밀 유출 범죄 엄벌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유출된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를 재판 결과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선우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장은 “영업비밀 개발 비용이 유출자가 얻은 이득액에 명시적으로 포함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미국 영업비밀보호법은 피고인이 영업비밀을 취득한 이득액에 연구·설계 비용 및 기타 경비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유출자는 영업비밀 개발에 지출한 비용이 없기 때문에 덤핑이 가능하다. 피해 기업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공정 경쟁을 방해한다.
수사 매뉴얼도 보강 중이다.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는 기술 유출 범죄 수사 기관이다. 기존에는 혐의 입증에 집중했지만, 피해 기업의 손해 규모를 수사 단계부터 파악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피해 금액, 유출 기술의 시장 가치, 가중 처벌 요소 행위를 기재할 수 있게 수사 결과 보고서 양식을 표준화할 예정이다. 현재 특허청에서 실시 중인 IP(지식재산권) 가치 평가를 영업비밀 유출 피해 금액 산정에 도입할 수 있는지도 들여다 보고 있다. 비슷한 기술의 가치로 산출하는 로열티 공제법, 기술로 벌어들일 수익을 예상한 현금흐름할인법, 기술보증기금 등 공인 기관 평가 등이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