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 글로벌시장서 6위
한국시장서도 지난해 60% 성장
대만 현지의 한 가민 매장 [박혜림 기자] |
“다양한 카테고리·가격대에 압도적인 배터리 성능으로 무장한 스마트워치.”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등 쟁쟁한 스마트폰-스마트워치 제조사 사이에서 오직 GPS(위성항법장치) 기능만을 고집하는 ‘가민’(GARMIN) 스마트워치의 시장 경쟁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스코픈 린 가민 아시아 마케팅·세일즈 부총괄은 이렇게 답했다.
스코픈 린 가민 아시아 마케팅·세일즈 부총괄 |
애플워치, 삼성전자 갤럭시워치, 샤오미 어메이즈핏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선보인 스마트워치는 위치정보 확인 시 GPS에 셀룰러·와이파이(WiFi) 기능을 함께 활용한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웃도어·스포츠 스마트워치 전문 브랜드 가민은 오직 GPS 기능만으로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5~6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당초 미국의 GPS 전문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20년 전 세계 최초로 GPS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이래 GPS 하나로 쟁쟁한 스마트워치 브랜드들 사이에서 살아 남았다.
가민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전 세계 최초 GPS 스마트워치인 ‘포러너’ 시리즈 출시 20주년을 맞아 대만 타이베이에서 행사를 열고 포러너 265·965 등 신제품 2종을 선보였다.
가민 포러너 965 |
포러너 시리즈는 ‘달리기 마니아’였던 가민의 한 엔지니어가 밴드에 초소형 GPS를 얹으며 탄생했다. 포러너 시리즈 출시 이후 가민은 줄곧 셀룰러/와이파이 기능을 배제한 순수 GPS 스마트워치를 선보여 왔다. 타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이 스마트폰과의 연동성 및 셀룰러·GPS를 결합한 위치 정보의 정밀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과는 사뭇 단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새 37종의 스마트워치가 출시됐고, 6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아웃도어·스포츠 특화 스마트워치의 대명사가 됐다. 6000만명이 20년간 축적한 달리기 거리만 630억㎞다. 이는 지구 1500바퀴를 돈 것과 비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가민의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은 4%로 집계됐다. ▷애플 ▷삼성 ▷화웨이 ▷노이즈 ▷파이어볼트에 이은 6위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인도, 중국 업체를 크게 앞선다. 가민의 평균 판매가격(ASP)은 365달러로 주요 스마트워치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다.
가민 인리치 |
린 부총괄은 가민의 이 같은 인기가 ▷다양한 가격·카테고리별 제품군 ▷아웃도어·스포츠 스마트워치로서의 전문성 ▷압도적 배터리 성능 ▷여러 스마트폰과의 연결 확장성 등에 있다고 본다.
린 부총괄은 “러닝, 골프, 사이클링, 다이빙 등 경쟁사 대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다양한 가격에 선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건강 및 활동 기록도 훨씬 세세하고 전문적이라 아웃도어·스포츠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GPS만을 사용한다는 점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작용한다. 1회 완충 시 배터리 사용 시간이 경쟁사 대비 상당히 길어 충전 걱정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이번에 출시된 포러너 265·965 제품(스마트워치 모드 기준)도 완충 시 각각 13일, 15일 가량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 충전 렌즈가 채택된 인스팅트 솔라 에디션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이보다 훨씬 길어, 최장 327일을 버틴다.
아울러 위급한 상황 시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아도 휴대용 GPS 제품인 ‘인리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구조 요청이 가능하다. 린 부총괄은 “긴급구조 서비스로 유명한 미국의 응급구조 전문기업 IERCC를 인수해 세계 최고 수준의 비상대응 서비스도 제공 중”이라고 덧붙였다.
가민은 국내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7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6년만에 19개의 매장을 갖췄고 4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러닝·사이클링 동호인들 사이에서 필수 장비로 인식되며, 지난해 한국 스마트워치(GPS가 내장된 워치 기준)의 전체 시장이 11%가 감소한 가운데서도 60% 이상(IDC 통계)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린 부총괄은 “한국은 가민에게 작지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향후 3년 내 2배 이상 성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타이베이=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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