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 [AP] |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지어 반도체지원법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반도체 생산시설의 확장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건 관련, 미국이 5%까지 시설 확장을 허용했다.
‘전면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면했다. 문제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미국 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 등의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50조원에 달하는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부담이 적지 않아 당장 보조금 신청부터 가능할지 여전히 ‘첩첩산중’이란 평가다.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안을 공개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첨단반도체 생산시설인 경우 현재의 5%까지, 레거시(전통 공정) 반도체 시설은 현재의 10%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칩스 포 아메리카 로고 [NIST] |
다만 ‘생산능력’ 기준을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의 ‘양’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며 칩 생산을 늘리면서도 기술 업그레이드는 가능해 큰 우려는 덜어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제한 가능성은 여전해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은 분위기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포괄적인 대(對)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포괄적 허가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허가 내용이나 기준 등과 관련해서 향후 변화 가능성이 크게 제기된다.
지난달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앨런 에스테베스 차관은 “삼성과 SK에 제공한 중국 대상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첨단 기술 제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낸드 플래시의 최첨단 적층 수준이나 D램 미세공정이 제한되면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또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다음 달께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은 이미 반도체 생산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일본 등과 조율해 중국에 수출이 금지되는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를 기존 17개에서 34개로 늘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 수출통제 대상에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첨단(most advanced)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포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규제를 중국 본토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에 확대 적용할 경우 첨단 메모리 칩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DUV 사용 빈도가 낮은 중국 기업들보다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보조금 조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태다.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반도체 생산지원금 신청 안내에서 공개한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의 이익 공유 ▷군사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 여부 평가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 참여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삼성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부지[테일러시 정부 홈페이지 캡처] |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이 10조5000억원 이상 초과할 것이란 언론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반도체 보조금에 여러 부담스러운 조건이 붙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더 키우는 모습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여러 대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의 가드레일 조건이 국내 기업들에게 이점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적 노력 등을 통해 반도체와 관련된 국내 산업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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