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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러, ‘반미 세력’ 결집 과시…“어깨 나란히 하고 협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러시아에서 회담을 할 당시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결속을 더욱 확대하면서 '반미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서방의 패권에 맞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이 그 어느 때보다 낡은 신조와 사라져가는 지배력에 집착하면서 전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자국의 명령에 굴하지 않는 러시아와 중국을 저지하려 하며 그런 정책은 갈수록 격렬하고 공격적으로 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러시아·이란이 미국·영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등 서방측에 맞서 한편이 됐으며, 국제사회 영향력을 높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양면적 태도의 국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국빈 방문이 우크라이나 전황 교착과 사상자 증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전쟁범죄 혐의 체포영장 발부 등에 맞닥뜨린 푸틴 대통령에게 대내와 이미지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시 주석의 방문은 푸틴이 서방으로부터 소외된 상황에서도 강력한 우방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하고 상징적인 격려"라며 "시 주석의 지지는 러시아에서 푸틴의 입지를 더욱 정당화하며 아프리카·중동·아시아·남미 지도자들에게 '같이 사업할만한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한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구축될 경우 중국이 이를 주도할 것임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시 주석은 19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매체에 실은 기고문에서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고 엄중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중국은 실제로 최근 중동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며 '국제사회의 평화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의 주요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를 내세웠다.

WP는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국의 패권을 종식시키고 양국의 이해관계에 맞게 국제기구와 규범을 재편하려는 열망을 공유하는 등 여러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인 알렉세이 치가다예프 전 국립고등경제대학(HSE) 강사는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 방문을 통해 "'우리는 국제분쟁을 중재할 수 있으며 신뢰할만한 파트너'임을 세계에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치가다예프는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 방문으로 미국에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성을, 유럽에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을 경고하며 중앙아시아·아프리카·중동 지역에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실행할 수 있는 지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에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서방측에게서는 특히 시 주석의 방러 기간에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합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이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중국은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러시아 석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남아 전쟁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는 등 협력관계를 공고히 했으며, 이 때문에 서방에서는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 목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연구원은 "중국은 러시아가 아니라 평화를 지지한다고 말하며 상황을 흐리려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간의 관계 정상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 중국의 '평화 중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쑨 연구원은 사우디와 이란은 이미 외교관계 재개를 위해 수년간 협상을 벌여왔고, 중국은 양국과 긴밀한 우방이 아니면서도 두 나라로부터 막대한 양의 석유를 사들이는 등 매우 구체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중국은 '중립'이라는 공식 입장과 달리 사실상 러시아 편에 서 왔고 우크라이나 측과는 거의 대화하지 않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평화 프로세스에 지렛대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평화협정에 같이 서명하거나 이를 보증하는 그룹의 일부는 될 수 있고,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중국과 시진핑 주석에게 큰 인내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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