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올라갈땐 ‘찔끔’ 내려갈땐 ‘쿵’, “신용점수 기준 바꿔야” 아우성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코로나19 피해가 큰데 금리까지 오르니 신용점수(등급)이 확 떨어졌어요. 은행 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금리 인상 가속화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거래시 활용되는 신용평가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용 평가기준이 과거 거래 실적을 중심으로 한 정량적 지표에 쏠려있는데다 신용점수를 높이기도 어려워 취약차주들의 은행 접근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은행들은 대출 심사시 자체 모형을 활용해 신용등급을 산출하며, 개인신용정보회사(CB)의 개인신용평점을 보조자료로 활용한다. 사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개인들의 신용평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을 보면 ▷거래내용 판단정보(대출, 카드 등 거래내역) ▷신용도 판단정보(연체 여부 등) ▷신용거래능력 판단정보(재직 정보, 연소득 및 수신 실적 등) 등이 주로 활용된다.

취약차주일수록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가 기준 자체가 과거 거래 내역 등에 매몰돼있기 때문이다. 직업이 다양해지고 금융계층이 확대되는데 평가기준이 정량지표에 쏠려있다보니 차주의 미래상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악화된 취약차주들에게 이같은 잣대는 더욱 가혹할 수 밖에 없다.

지난달 하나은행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었다. 당시 금융소비자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소상공인, 취약차주들이 일시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을 입는데 급격한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신용등급(점수) 하락을 겪고 있다”며 “신용등급 하락을 유예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경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또한 “신용점수라는게 채무불이행 위험을 측정하는건데 부채 보유액이나 신용카드 실적 등으로 측정되다보니 개인차주 중에서도 저소득층, 고령층, 사회초년생 등 씬파일러들은 신용점수가 낮아서 대출 기회를 얻기 어렵다”며 “대안 신용평가, 비금융 지표 등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에도 은행들은 신용점수나 등급 산정체계를 바꾸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용이란게 쌓기는 어렵고 깨지는 건 순식간인 것처럼 신용등급 하락폭보다 상승폭이 적은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를 올리기가 쉬워진다면 결국 취약차주를 감당해 쌓는 충당금은 다른 차주들의 이자로 메꿔야하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이력 부족자를 단기간에 연체 이력이 없다고 높게 신용점수를 줄 순 없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면 오히려 편법이 판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현재로서 신용등급 체계를 바꿀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취약차주 지원을 해달라는 당국의 요구에 맞춰 개별적으로 금리인하 보따리를 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전체에 대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신용대출은 신규 및 기한 연장 시 최대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해 기존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주택담보대출도 0.3%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골자다. 전세대출 및 주담대 금리 인하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에 모두 적용한다.

하나은행도 ‘햇살론 15’ 고객에 대출 잔액의 1%에 상당하는 금액을 되돌려주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안심 고정금리 특판 대출’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산은행 또한 서민금융 상품 ‘새희망홀씨’ 대출 금리를 1%포인트 내렸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용대출도 최대 0.8%포인트, 0.85%포인트, 0.6%포인트씩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이나 점수를 유예하는 방안 등은 내부 시스템 문제인데다 단순하게 연체이력이 없다고 바뀐 시스템을 무작정 도입하게 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은행권이 개인차주들의 여러 건의를 듣고, 금리인하 방안 등을 내놓고 있는 만큼 여러가지 모범사례가 나와 차주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