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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직서 냈는데 대체자 없어 근무”…근로시간제 개편안’ 보완검토 MZ ‘불신’ 해소가 관건
尹 근로시간제 개편안 MZ 반발에 “재검토” 지시
MZ 노조 “취지는 좋지만…지금은 현실성 없어”
사측 악용 방지책 등 ‘청년층 설득’이 관건
‘인력난’ 호소 청년층 “후임자 대체도 못하는데”
서울시 한 복지센터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 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사직서를 냈는데, 내 자리를 대신 맡을 대체인력조차 구하지 못해 상반기까지 다니기로 하며 여전히 야근을 수시로 하고 있고, 휴가는 꿈도 꿀 수 없다.”

중소기업에 재직중인 정모(28)씨의 말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69시간제 근무제’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면서 “사람이 없어 내가 빠지면 부서 업무 자체가 중단되는 소규모 회사에선 몰아서 일하는 건 되겠지만 길게 쉬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 보완 검토를 지시하면서, 관건은 제도 시행을 둘러싼 MZ세대의 ‘불신’ 해소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개편안 보완에 앞서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하게 청취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MZ세대들은 ‘69시간 근무 한달 휴가’는 근로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청년층은 여전히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주52시간제 폐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52시간제로 특정 시기에 몰아서 일하는 관행이 보편적이었다가 업무 문화개 개선된 게임 업계도 근로시간 개편을 ‘과거회귀’로 보고 있다. 대형 게임회사 재직자 전모(32)씨는 “한때 게임업게에 만연했던 크런치모드(특정 시기에 몰아서 일하는 관행)가 주52시간제로 겨우 사라졌는데, 다시 살아날까 우려스럽다”며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이 생산적이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많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MZ세대 노조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역시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MZ세대 노조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통화에서 “(개편안의) 취지 자체는 좋다”면서도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경직된 노동문화나 경영진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오래 일하고 오래 쉬는) 정부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게 보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측이 제도를 악용했을 때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현재로선 사실상 주52시간제 폐지와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곧 고용부와 만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송 부의장은 “먼저 고용부의 의견을 듣고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보호 방안 등이 마련된다면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방향 자체엔 찬성할 여지가 열려있는 셈이다. 결국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위·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의 주된 골자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과로 방지 방안 등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문에서 “주요 선진국에 견줘 평균 노동시간이 많은 한국이 연장근로 시간을 늘리는 것은 노동조건을 개선해왔던 국제사회 노력에 역행한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이처럼 청년층이 보는 현실은 노사 합의로 근로방식을 선택하게끔 해 ‘획일적 노동문화’에서 벗어나자는 정부 구상과 거리가 멀다. 당초 정부는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데에 방점을 뒀다. 고용부가 발족한 전문가 논의 기구로, 근로시간제 개편안 밑그림을 그린 미래시장노동연구회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시대엔 세대별로, 업종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무조건 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현행대로 주52시간제를 유지하는 것을 포함해 선택지를 다양하게 열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 역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함께 내놨으나 청년층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근로자 대표자를 손질해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방식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고,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유연하게 근로하게 만든다는 취지 자체는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과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부분이 상당히 모호해 반발을 샀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일 고용부는 현재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 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1주 12시간 단위로 제한했던 연장근로 시간을 월 단위로 운영할 경우,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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