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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이재용이 챙긴 회사 팔도 비틀었다?” 중국 압박에 말라가는 K-반도체 [비즈360]
네덜란드, 美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동참
ASML, 첨단 장비 중국 수출 추가 봉쇄
중국 공장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영향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이 중국을 향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이며 네덜란드로부터 동참 약속을 받아낸 가운데, 네덜란드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가 본격화 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슈퍼을(乙)’로 불릴 정도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절대적인 ASML 장비의 중국 수출이 막히면서 중국에 공장을 지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는 최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에 대한)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규제를 올 여름 이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수출통제 대상에는 ASML의 ‘첨단(most advanced)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첨단 심자외선 장비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장비보다 첨단 기술로 분류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2019년 이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세계적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은 지난해 중국 기업 관련 순매출이 전체의 약 14%를 차지하고, 지난 10년간 반도체 노광장비 매출이 80억유로(약 11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중국 고객사들은 ASML 장비를 구입하면서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도 함께 맺었다. 이 같은 유지보수 부문이 ASML의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로 인해 ASML 입장에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우시 라인 모습[SK하이닉스 제공]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AP]

무엇보다 문제는 향후 구체화될 세부 내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ASML의 지난해 순매출 중 약 29%가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ASML의 첨단 칩 제품을 구매하는 국가는 주요 5개국이 꼽히는데, 한국 기업의 순매출 비중이 30% 가까이가 될 정도로 ASML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이다. 이 같은 점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지속적인 협력을 논의하는 등 ASML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 왔다.

첨단 DUV 장비를 통제한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중국에서 쓰이는 DUV가 칩의 공정상 첨단 DUV보다 낮은 수준의 기술로 구현되는 성숙(mature) 공정 장비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첨단 DUV를 네덜란드가 수출 통제하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규제를 중국 본토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에 확대 적용할 경우 첨단 메모리 칩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들보다 더 피해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첨단 DUV는 최첨단 메모리 칩을 만드는 데 뿐 아니라, 과거 성숙 공정에도 사용돼 분명 중국의 성숙 공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며 “다만 첨단 D램 제조 역시 제한해 한국 기업들의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수출 통제에 따라 관련 국가들의 혼란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 억제를 위해 미국은 네덜란드 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수출통제를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0일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규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의 움직임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네덜란드의 발표는 특정 국가를 표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네덜란드의 첨단 장비 수출 통제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아 기다려야 한다”며 “다만 최악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정 기술 구현에 더욱 큰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이르면 4월 발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새로운 수출통제는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일본과도 조율할 계획으로, 이들이 동참할 경우 규제 품목이 두 배로 늘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들에 이 같은 계획을 브리핑하고 새로운 수출통제를 이르면 4월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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