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대비 SDV 전략…현대차 2030년까지 18兆
엔비식스의 증강현실 홀로그램 데모 영상. [유튜브 홀로 트레일러스]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우리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현실에 직접 그리는 기업이다.”(제이미슨 크리스마스 엔비직스 창업자)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3사와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 HUD)’를 개발하는 영국의 스타트업 엔비직스에 5000만달러(약 66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엔비직스는 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모비스와 GM, 재규어·레인지로버,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합작 투자를 단행했다”면서 “특히 현대모비스는 자체 신기술로 운전자 경험을 혁신하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회사”라고 밝혔다.
다만 엔비직스는 투자비용이 들어가게 될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는 엔비직스가 집중하고 있는 AR HUD 연구에 투자비용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이 적용되는 미래차에 마치 게임 화면을 보듯 자연스러운 증강현실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한영훈 현대모비스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 섹터장(상무)은 “AR HUD 공동 개발을 통한 차량 경험 향상을 위해 엔비직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가게 됐다”며 “최첨단 홀로그램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AR HUD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ver-the-Air·OTA)를 기본 적용하고,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강화에 18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엔비식스의 증강현실 홀로그램 데모 영상. [유튜브 홀로 트레일러스] |
특히 현대모비스의 엔비직스 투자는 지난 2020년 25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오는 2025년까지 협업관계를 이어가면서 SDV 체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라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설명이다. 통합 운영 소프트웨어, 사용자편의성 증대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적용 플랫폼 개발 등 ‘삼박자’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엔비직스는 영국 최대의 도시 런던과 2대 도시 버밍엄 사이 중간에 있는 작은 계획도시인 밀턴케인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밀턴케인스는 두 도시의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계획도시로 탄생했다. 엔비직스는 지역의 혁신 인재를 고용해 자동차 안전을 확보하는 신기술을 연구하며 역량을 쌓고 있다.
AR HUB 분야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시작한 시기는 시리즈B 투자 스타트업(50억~200억 사이를 받은 업체)에 등극한 이후부터다. 해외 전문매체들은 밀턴케인스의 도시 특성이 엔비직스의 사업 방향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23년 1월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엠비전TO. [현대모비스 제공] |
창업주인 제이미슨 크리스마스 박사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차량의 인터페이스와 내부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엔비직스는 홀로그래피기술을 활용한 증강현실기술로 경쟁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OTA가 도입되면 SDV를 구현하기 위한 통합 운영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 PBV) 전용 플랫폼 ‘eS’를 적용한 모델도 2025년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분사한 사내 스타트업도 SDV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공간별 맞춤음악을 선정하고 재생하는 서비스의 ‘어플레이즈’, 차량 데이터분석을 통해 차량부품 수명과 유지비 예측 솔루션을 제공하는 ‘카레딧’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현대모비스의 투자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소프트웨어 강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완성차업계의 전동화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스타트업의 협업 결과물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