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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우 박사의 호르몬 미술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정호승 시인의 ‘그는’을 읽어보셨나요? 시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 어떤 관계의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알겠네요. ‘그’는 육체적인 사랑도, 정신적인 사랑도 모두 뛰어넘는 그 이상의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숭고하달까요, 희생적이랄까요. 절대자가 보여주는 아가페적인 사랑이 엿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의 어구처럼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이처럼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랑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대단히 축복받은 일일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예술작품은 이 시가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숭고하고 희생적인 사랑을 담은 작품들입니다. 제일 먼저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품 중 하나인 ‘피에타(Pieta·그림)’부터 살펴보시죠.

‘피에타’는 이탈리아 말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입니다.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뒤 시신을 땅에 묻기 전에 성모마리아가 마지막으로 무릎에 예수를 올려놓고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사실 피에타의 이 장면을 묘사하는 다른 작품들이 더 있는데요, 특히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차별화되는 점은 그리스도의 몸을 작게 표현하고 풍성한 옷을 이용해 마리아의 무릎을 크게 돋보이게 한 점입니다. 옷이라는 소재는 ‘피에타’에서 중요한 사상적 의미를 지닙니다. 옷으로 감싼다는 것은 하나님께 보호받고 현실적인 위협으로부터 수호돼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죠. 성모마리아를 상징하는 색채는 ‘울트라마린’이라 불리는 진한 파란색입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조각상에 채색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대리석을 정교하게 깎아 우아한 옷자락을 표현했지요. 대리석 특유의 질감이 살아 있는 마리아의 옷은 그리스도를 단단하면서도 포근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저는 ‘피에타’를 볼 때면 ‘배려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떠오릅니다. 마리아가 어머니로서 아들을 사랑했던 모성애, 그리스도가 인류를 사랑했던 인류애, 둘 다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옥시토신은 우리 인체와 정신에 아가페적인 봉사와 희생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이거든요.

원래 옥시토신 호르몬은 아이를 출산할 때나 수유 중일 때 특히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일시적 사랑이 아닌 아가페적인 배려를 가능하게 하는 배려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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