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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에만 은행 점포 300개, ATM기도 40% 없어졌다…당국 눈치에 올해는 ‘속도조절’? [머니뭐니]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줄지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권의 점포 축소 움직임이 가속화되며, 지난해만 은행 점포 300여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국내은행 점포 수는 집계 이래 처음으로 6000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올해 들어 은행들은 점포 폐쇄계획을 축소하며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폐쇄 절차 입법화 논의를 진행하는 등 소비자 편의를 외면한 과도한 수익성 추구에 제동을 걸면서다.

‘소비자 편의’보다 ‘수익성’ 택한 은행들…10년간 은행 점포 2000개 사라졌다

9일 은행연합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점포(출장소 포함) 수는 5810개로, 전년(6101개)과 비교해 291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000개 미만의 점포 수는 1999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2012년 말 기준 점포 수가 7698개였던 것을 고려하면 약 10년 만에 2000여개의 은행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 10년간 점포 축소 움직임은 계속됐지만 최근 들어 가속화된 모양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영업을 종료한 국내은행 지점은 각각 20개, 57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00개의 점포가 문을 닫아 그 규모가 확대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중심의 영업 전략이 보편화된 데다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늘리려는 은행의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줄지어 놓여 있다. [연합]

실제 소비자 편의나 사회환원 대신 수익성을 택한 은행권의 모습은 다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대 초 3만5000개가 넘었던 국내 현금자동인출기(ATM)는 지난해 말 기준 2만1465개로 줄어 1년 새 40%가량이 자취를 감췄다. 현금 사용이 줄고, 수수료 이익으로 ATM의 유지비용을 충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수익성 증진의 일환으로 직원 감축도 진행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에서 근무하는 총 임직원 수는 11만4000여명으로, 전년(11만6000여명)에 비해 2000명가량 줄었다. 이마저도 1200명의 비정규직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정규직원 수는 10만4000여명으로, 전년(10만6900여명)과 비교해 3000여명가량 감소했다.

‘돈잔치’ 비판에 부랴부랴 속도조절…폐쇄 규모 축소에 채용 확대도

서울 한 시중은행의 입구에 영업시간 변경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연합]

그러나 이 같은 은행들의 수익성 확보 전략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올해 점포 폐쇄 규모를 예년 대비 축소할 계획이다. 최근 1년간(2022년 3분기 말 기준) 총 28개의 점포를 정리한 하나은행은 당분간 점포 축소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0개의 점포를 폐쇄한 신한은행 또한 올해 그 규모를 10개로 줄인다. 우리은행도 예년 대비 점포 폐쇄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총 66개의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지만 시니어라운지 등 특화 점포 확대로 편의를 증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은행권 채용도 늘어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최소 48%(742명) 많은 2288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연간 채용 규모도 3700명으로, 지난해보다 600명 증대된다.

이 같은 변화는 은행권이 고금리를 틈 타 거둔 막대한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돈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당국 또한 은행이 소비자 편의를 뒤로한 채 수익성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창출여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점포 폐쇄에 대한 제도적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점포 축소·폐쇄 관련 절차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도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를 시행하며 사전 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다수가 은행권 자율로 이뤄지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도 당분간은 점포 폐쇄나 인력 감축 등에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비판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전과 같은 태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점포 폐쇄의 경우도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데다 이미 점포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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