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공세’ 中태양광 기업 규제 유력 “한국에 기회”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의 모습. [한화솔루션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중요성에 태양광에너지 지속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EU(유럽연합) 태양광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보유한 중국을 향해 유럽의 ‘탈(脫)중국’ 조짐이 나타나 한화 등 국내 주요 태양광 업체들이 반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와 유럽의 태양광발전산업협회인 ‘솔라파워유럽’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태양광 시장 규모는 208.9GW(기가와트)로, 올해는 전년 대비 21.5% 급성장한 247.5GW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미국의 태양광 시장 예상 규모는 170GW로, 전년 대비 21% 성장이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유럽 시장은 이와 비슷하거나 한층 더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되는 것이다.
수입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 전환 가속화를 위해 EU 측에서 지난해 5월 발표한 ‘리파워EU’(REPowerEU) 정책 역시 태양광 발전에 한층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리파워EU는 유럽 내 태양광 설비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320GW, 2030년에는 600GW로 증설하고 유럽 내 건축물의 태양광 패널 설치에 대한 단계적 의무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유럽시장 내에서 주목되는 지역은 독일과 스페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 1위인 독일 태양광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8.5GW로 추정된다. 독일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8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다. 유럽 내 두 번째로 태양광 시장이 큰 스페인의 작년 시장 규모는 약 26.4GW에 달한다. 스페인 정부는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20.8%에서 2030년까지 42%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유럽의 중국 기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자국 태양광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독일 태양광 산업 내 절대적인 중국 의존의 결과에 대해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데, 태양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가스의 러시아 의존도보다도 훨씬 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공장의 모습. [한화솔루션 제공] |
반면 최근 유럽 태양광 시장에서 탈(脫)중국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독일 정부의 보조금 삭감과 더불어 중국 기업의 덤핑 전략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와 원재료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각국이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단순한 원가 절감보다는 자국 내 생산을 추구하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독일 내 태양광 기업 24개사는 독일 경제·기후보호부에 보낸 서신을 통해 “중국 집중으로 인한 의존성은 독일과 유럽의 에너지 전환에 있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독일 정부도 이러한 요구에 “현재 역내 태양광 생산 확장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는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역내 태양광 생산 확충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앞서 우리 기업도 새로 부상하는 독일 및 유럽 태양광 시장 내 소재, 부품 및 장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시장 공략의 채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소재 및 부품을 위시해 태양전지 핵심 장비 수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유럽 내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U는 이르면 이달 중 EU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원자재법(CRMA)’을 발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 1월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직접 나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국내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EU의 정책적 변화를 계속 주시하고 있고, 한국의 기술력이 유럽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 업체에 대한 EU 규제가 본격화하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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