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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팩’ 우회상장 80%↑ 급증…금감원 “증권사 무리강행 가능성 있어 투자자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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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하 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회사가 최근 몇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합병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업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상장을 추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일반 투자자가 투자를 고려할 때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9일 금융감독이 발표한 최근 스팩의 기업공개(IPO) 및 합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스팩 합병을 통한 증시 상장 건수는 지난해 45건으로 전년(25건) 대비 80% 급증했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말한다.

스팩을 상장해 모은 자금으로 비상장회사를 인수하거나 서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장 후 3년간 인수·합병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청산 절차를 밟는다.

스팩 합병은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의 주된 상장 수단 중 하나로 최근 몇년 새 각광을 받았다. 까다로운 기업공개 공모 절차를 우회해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증시에 데뷔할 수 있다는 게 스팩 상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2021년 뜨거웠던 공모주 열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된 것도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으로 기업들이 발을 돌린 주된 이유가 됐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제한된 비상장사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비상장회사와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풍문만 돌아도 관련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다만, 일반 투자자의 경우 스팩 투자 시 손실 가능성에 유의하며 신중히 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스팩 투자 및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팩의 대표발기인인 증권사가 합병 성사를 위해 합병비율을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평가할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2019∼2022년 9월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분석한 결과 스팩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할인하고 합병 대상 법인의 가액은 본질가치 대비 할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대표발기인인 증권사는 합병 실패 시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합병 성공 시 자문수수료를 받고 스팩 주식 취득가액도 낮기 때문에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팩 상장에 관여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일반투자자의 이익에 반해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의 경우 합병 완료 후 피합병 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미리 스팩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한 견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스팩 상장 및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투자주체 간 이같은 이해상충 요소가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은 일반투자자가 인수·합병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일부 불리한 투자 여건이 존재하므로 투자자들은 유의하며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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