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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계 보디가드’ 강전도 “조성진·임윤찬 공연날은 초비상”
테러 위험시설 옆 롯데콘서트홀…8년의 파수꾼
아티스트 안전 담당하는 클래식계 보디가드
조성진·임윤찬 등 클래식 스타 공연은 초비상
강전도 롯데콘서트홀 보안팀장 [롯데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안다. ‘클래식계의 보디가드’로 불린다. 국내외 클래식 스타, 정·재계 주요 관람객까지…. 2016년 개관 이후 매일 저녁 스타 연주자들과 2036명(최대 관객수)의 안전을 책임지고, 원활한 공연을 진두지휘하는 무대 밖 주인공. 강전도 롯데콘서트홀 보안 팀장이다.

“강전도 팀장님과의 첫 만남이 곧 롯데콘서트홀의 첫 인상이었어요.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절도 있는 응대는 스태프들에게 ‘든든함’을 선사했고, 멀끔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건네는 목례는 공연을 앞둔 출연자들의 어깨를 한껏 올려주는 무언의 격려였습니다.” (한경아르테필하모닉 조동균 사무국장)

이곳을 찾는 음악가들은 한결같이 강전도 팀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공연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강 팀장 덕분에 사고 없이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업무는 다양하다. 연주자들의 출입 관리부터 국내외 주요인사 의전, 관람객 응대와 관리 등. 공연이 올라가기 전부터 마칠 때까지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일들을 강 팀장과 7명의 팀원이 함께 해왔다.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JTBC)의 초대 우승자인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는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잦은 공연으로 강전도 팀장이라는 ‘프리 패스’를 가진 주인공이다.

“(강 팀장님은) 처음엔 근엄하고 무서운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웃음도 많고 정이 넘치는 분이더라고요. 롯데콘서트홀에서 수없이 공연을 했는데 이곳은 다른 공연장보다 특히 출입 제한이 까다로워요. 올 때마다 항상 보여야 하는 모바일 출입증이 없어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편하게 출입할 수 있었어요. 친한 사람들만의 특권이죠.(웃음)” (김현수)

‘얼굴 인식’이라는 ‘프리 패스’를 얻기 위한 선물 공세도 치열하다. 물 이외에는 “음료수 한 잔 마시지 않는데도” 국내 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의 연주가 있는 날엔 음료수 선물이 쏟아진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유수 교향악단 관계자는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하루종일 공연장에 있다 보면 수많은 단원들이 출입 문제로 귀찮게 해드릴 때가 많아 항상 면목이 없어 음료수라도 드린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공연장의 출입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사에선 강 팀장의 생일마다 ‘기프티콘’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그런 선물을 받는게 부담스러워 카카오톡에서 생일도 지웠어요.”

강전도 롯데콘서트홀 보안 팀장은 2016년 개관 이후 매일 저녁 스타 연주자들과 2036명(최대 관객수)의 안전을 책임지고, 원활한 공연을 진두지휘하는 무대 밖 주인공이다.

■ 테러 위험시설 옆 공연장…8년간의 파수꾼

2015년 12월. 롯데콘서트홀이 아직 공사 중일 때, 강 팀장은 이 곳에 가장 먼저 입성했다. 현재 롯데콘서트홀을 지키고 있는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들보다도 근무기간이 길다.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공연장 중 유일하게 ‘보디가드’가 존재하는 곳이다. 롯데문화재단 관계자는 “바로 앞 롯데월드타워가 ‘테러 대상’ 시설물로 지정, 타워에 인접해 있는 롯데월드몰 안에 있는 롯데콘서트홀은 다른 공연장에 비해 보안 운영이 철저하다”며 “이런 이유로 강 팀장이 롯데콘서트홀 개관 전인 2015년부터 공연장 곳곳을 살피며 연주자와 관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롯데콘서트홀이 문을 열기 전부터 공연장을 살피며 관객들과 연주자들의 안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체계를 닦았다. 8년 간의 근무를 마치고 떠나는 강 팀장(에스텍 시스템 소속)은 “지난 시간 좋은 추억과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물론 연주자들을 따라다니는 극성 관객이나 무례한 관계자 등의 이름을 적어둔 저만의 블랙리스트도 있어요. (웃음) 한 번도 써본 적도, 공개한 적은 없지만요.”

사실 강 팀장은 ‘공연계의 유명인사’다. 강 팀장은 몰라도 서울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의 수문장을 알아보는 얼굴이 많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정재계 내빈이나 주요 인사들의 의전 서비스에선 특히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우거나, 주차권을 꺼내는 빛의 속도에도 놀랐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100m를 10초 71에 뛰는 ‘육상 선수’ 출신의 빠른 행동과 몸짓, 마스크 너머로 발산하는 강렬한카리스마로 인해 가만히 서있어도 ‘시선 강탈’의 주인공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독일의 명문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

■ 조성진, 임윤찬 공연날은 ‘초비상’

20여년 경력의 그에게 롯데콘서트홀에서의 8년은 “긴 시간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바쁜 날들”이었다. 공연장의 특성상 이곳은 들고 나는 사람들이 다양하다. 공연의 주인공, 공연의 종류에 따라 그의 일도 표정을 달리 한다. 합창 공연이 있는 날은 ‘긴장의 연속’이다.

“합창단의 경우 수백 명의 단원들이 공연을 오는데, 출입증과 얼굴을 일일이 확인해야 해요. 공연장 출입 시스템이 어르신들께는 불편하다 보니 소동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조성진 임윤찬과 같은 스타 연주자들의 공연날도 ‘초비상’이다. K팝 그룹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첩보와 추격전이 펼쳐진다. 강 팀장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의 공연에선 팬들이 아무 문이나 열고 들어가거나, 계단을 내려가다 갇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공연을 마친 이후에도 주차장에서도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팬들끼리 소통을 해서 주차장 몇 층, 몇 번 구역까지 파악하더라고요.”

롯데콘서트홀 위치의 특성도 ‘안전 점검’의 대상이 된다.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누구라도 오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은 언제나 돌발상황과 변수를 만든다. “출입 통제 구역에 갇히는 건” 일쑤, 콘서트홀 앞 테라스에서 “소주를 마시는 경우”도 있다. 안전과 보안 업무에 더해 관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하는 파수꾼이라는 점은 강 팀장 업무의 고충이기도 하다.

공연장은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곳이다. 사건 사고, 테러, 감염병 등 지난 8년간 우리 곁에 찾아온 무수히 많은 일들이 공연장의 안전 관리 체계 변화로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했던 시절, 실내 공연시설에서 오후 10시까지 퇴장해야 했을 때는 ‘전쟁’을 방불케했다. “무조건 안전하게, 무사히 관객들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결의가 강 팀장과 팀원 사이에서 채워졌던 때라고 한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엔 공연 후 퇴장할 때의 안전점검도 철저해졌다. “에스컬레이터 탑승 인원 제한, 앞사람과의 이동거리 준수 등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민감한 시기엔 공연장을 찾는 각국의 대사들의 안전도 책임졌다. 2017, 2018, 2021년까지 무려 세 번이나 송파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았다. “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던 때였어요”

롯데콘서트홀에서의 8년 간의 근무는 강전도 팀장에게 놀라운 눈썰미를 안겨줬다. 공연 시작 30분 전, 로비에 모인 관객들의 숫자만 봐도 “그날의 공연장 티켓 판매율도 정확하게 맞춘다”고 한다.[롯데콘서트홀 제공]

■ 보디가드의 눈썰미…“로비만 봐도 관객수 맞춰”

클래식 공연장을 지켜온 보디가드에겐 ‘특장점’이 많다. 얼굴 인식 능력은 특히나 월등하다. ‘무명의 연주자’부터 롯데콘서트홀을 자주 찾는 관객은 물론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들, 롯데콘서트홀의 모든 직원들까지 ‘홍채 인식’을 마쳤다.

“한 번 본 사람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데, 그게 저도 참 신기하더라고요.”

위험 감지 능력도 탁월하다. 강 팀장의 눈이 ‘CCTV’이기도 하다. 공연 전후 발생할지 모를 불안 요소, 평범치 않은 관객들의 행동까지 포착된다. 심지어 출입증을 가져오지 않아 강 팀장 몰래 다른 층으로 입장하려는 연주자들도 귀신같이 찾아낸다. 공연 시작 30분 전, 로비에 모인 관객들의 숫자만 봐도 “그날의 공연장 티켓 판매율도 정확하게 맞춘다”고 한다.

“조성진, 임윤찬 씨와 같은 클래식 스타들의 콘서트는 로비의 온도부터 달라져요. 공연 전 티켓 교환처나 카페, 주차장에서도 관객들의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온도가 높아진다는 걸 느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장에서 8년간 공연 문화의 성장을 지켜보면서도, 정작 강 팀장은 수많은 명공연을 단 한 번도 앉아서 본 적이 없다. 그 긴 시간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을 본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내빈 경호 때문에 공연장 안에 들어가 KBS교향악단의 공연을 봤던 기억이 없어요. 물론 서서 봤죠. (웃음) 공연장 밖과 안의 풍경은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그동안 연주자 지킴이 역할을 했으니, 이젠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올 생각입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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