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체 연료 선택 비중 메탄올 > LNG 역전
현대중공업의 메탄올 추진선. [현대중공업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해 전 세계 신조선 발주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발주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메탄올을 추진 연료로 하는 가스추진선(이중연료추진선) 물량이 늘면서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보다 계약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앞선 우리 조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노르웨이선급협회(DNV),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총 22척의 메탄올 연료 선박이 계약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LNG 추진선(10척)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DNV의 AFI(대체연료인사이트) 집계를 보더라도 올해 전 세계 대체 연료 선박 발주량은 전체의 22%를 차지했는데 메탄올 사용 비중이 12%로 LNG(5%)나 LPG(액화석유가스, 5%)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메탄올 추진선 발주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재까지 주문 중인 선박의 대체 연료 사용 비중은 14.17%인데 이중 LNG 추진선은 10.31%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반면 메탄올 추진선은 1.61%에 불과했다. LNG가 장악했던 대체 해양 연료 시장의 지각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LNG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것은 물론 운송 시 냉각이나 고압 유지가 불필요해 저장·운송이 편리하고 시설 구축비용이 저렴하다. 다만 에너지 밀집도가 낮아 연료탱크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장 변화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세계 최초로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한 한국조선해양은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선박 연료로 메탄올을 처음 주목한 덴마크 선사 머스크와 협력을 공고히 하며 머스크에서만 메탄올선 총 19척을 따낸 바 있다. HJ중공업도 최근 HMM으로부터 메탄올선 2척을 수주하며 이 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머스크를 포함해 프랑스 CMA CGM, 중국 코스코, 미국 카길 등 주요 글로벌 해운사가 메탄올선 운용에 나서고 있어 관련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조선업체가 메탄올선 분야에서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만큼 우리 조선사가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 시장 우위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글로벌 조선산업이 궁극적으로는 암모니아, 수소, 바이오, 전기 등 무탄소 친환경 연료 기반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있는 만큼 대체 연료 관련 연구개발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저탄소 연료인 LNG, 메탄올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전환 연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부사장도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지금 대두되는 여러 가지 친환경 연료는 각자의 특성이 있고 그 안에는 장단점이 있어 어떤 하나의 연료가 나머지를 제치고 앞서간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떤 연료가 대세가 되더라도 시장에 먼저 내놓을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한국조선해양은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의 환경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어 차세대 친환경 선박 설계 개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대체 연료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산업 경쟁력 우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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