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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규제’에 민간발전사 눈덩이 적자
한전 위해 전력도맷값 인위적 제한
‘SMP 상한제’로 민간발전사 위축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로비에 설치된 전력수급 상황 현황판. 임세준 기자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받아 대구지역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A사는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맞았다. 올해 8월부터 한국가스공사에 연료비 지급이 어려울 정도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이르면 올해 12월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일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로 액화천연가스(LNG)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한국전력에 공급하면서 재정이 악화된 데 따른 영향이다.

적자난을 겪고 있는 한전의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된 SMP 상한제가 국내 민간 발전사들까지 적자난으로 내몰고 있다. 생산된 전력을 제 가격에 팔지 못하면서 발전업계 손실액이 2조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여파로 올해 계획한 3조원이 넘는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한전은 계속해서 조 단위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SMP 상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SMP 상한제로 투자금액 3분의 2 이상 손해=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간 발전사(집단에너지사업자 포함)들은 경영 위기로 올해 예정된 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분야 투자를 사실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민간 발전사들은 ▷신규 투자 1조1000억원 ▷친환경에너지 개발 사업 1조8000억원 ▷발전소 유지·보수 5000억원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민간 발전사들은 투자는 커녕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다. 경기지역 집단사업자로 5만 세대 이상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B사는 연간 약 700억원에 이르는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 발전사들이 위기에 처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SMP 상한제다. 이는 한전의 적자 규모를 축소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된 제도이다. 전력도매가격 급등 시 발전사들에게 정산해주는 가격을 시장에서 결정하지 않고 인위적인 상한선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이다. 정부가 제시한 상한선은 지난 10년 간의 시장평균가격의 1.5배이다. 결국 SMP 상한제로 민간 발전사들은 전력을 제 값에 팔지 못하게 됐다. 최근 LNG 가격이 계속 높아진 상황에서도 전력에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가격 제한으로 지난해 12월 국내 민간 발전사의 37.5%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2월까지 예상 손해 액수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P 상한제 시행 3개월 만에 올해 (민간 발전사) 투자 예정 금액의 3분의 2가량이 손해가 났다”고 분석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LNG 직도입 발전사들은 그동안 천연가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도입, 국내 전력도매가격 하락에 기여했다”며 “하지만 SMP 상한제로 전력판매가격을 계속 규제받게 되면 업체들은 (실적 악화 여파로) 경쟁력 있는 천연가스를 도입할 유인 자체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제도 시행에도 한전 적자 2조원 넘어= SMP 상한제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한전의 적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전의 전력구입금액은 9조5098억원, 전력판매수입은 6조5873억원으로 약 2조922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전력판매단가가 전력구입단가보다 낮은 데 따른 결과다. 실제 SMP 상한제 시행으로 지난해 12월 전력구입단가는 ㎾h당 177.74원으로, 같은 기간 평균 SMP(267.63원)보다 89.89원 낮다. 하지만 전력판매단가는 ㎾h당 140.37원에 불과했다. 한전이 ㎾h당 37.37원을 손실을 보면서 전력을 판매한 것이다.

SMP 상한제 제도 폐지 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전기료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업계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전력도매가격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전력도매가격이 68원(㎾h당)까지 급락했던 2020년과 200원 수준까지 급등했던 지난해 모두 전기 요금은 110원대를 유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일부 국가도 SMP 상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한제를 운영 중인 국가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상한 수준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

미국(텍사스주 제외)의 경우 상한 가격을 1000달러에 설정했다. 미국 발전사들의 전력판매가격(지난해 7월 기준)이 99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10배 이상 높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발전용 가스 가격 상한을 정하는 원료비를 규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P 상한제와 같은 땜질식 해법으로는 한전의 적자 개선은 고사하고 민간 발전업계만 고사 상태로 내몰 수 있다”며 “SMP 상한제에 대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원점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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