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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견제? 그럼 피하면 되지” 중국의 반격…한국엔 또다시 ‘저가’ 악몽 [비즈360]
미국 태양광 모듈 수출판가 14% 급락
“규제 피한 중국산 제품 유입 원인”
반도체·배터리서도 중국 산업계 반격 조짐
전문가들 “전략적 대응 + 정부·국회 지원 절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미국의 규제 정책에 움츠러들었던 중국 산업계가 착실하게 대응책을 마련해나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에 주력해왔던 한국 경제계도 이 같은 중국의 ‘은인자중’(隱忍自重·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 행보에 다시금 고민이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향 태양광 모듈 수출판가는 지난달 기준 t당 6900달러(약 897만원)로 전월 대비 14%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글로벌 전력 대란으로 인해 t당 7460달러를 돌파한 이후 7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폴리실리콘 가격 하향 안정화에 더해 신장위구르산 원료를 미사용한 것을 입증한 중국산 모듈이 미국 내로 유입되는 영향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태양광 제품 생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곳으로, 중국이 해당 지역이 아닌 우회로를 통해 판로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 모듈 수출판가 급락에 한국 태양광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국내 태양광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화솔루션과 미국 회사 썬파워를 제외하면 글로벌 태양광 모듈 점유율 5위 안에 드는 제이에이솔라, 진코, 트리나는 모두 중국 기업이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이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을 발효하면서 한국산 제품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UFLPA는 중국 신장산일 경우 강제 노동과 무관한 상품임을 따로 증명하지 않으면 미국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법이다.

국내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밸류체인 관련 공급망 확보가 우선 순위이지만 판가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하면 한국 제품이 (미국에서) 다시 어려운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 주력 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은 포드자동차와 함께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시간주에 연 40만GWh(기가와트시) 규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IRA 발표 이후 중국 기업이 미국에 세우는 첫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으로, 포드와 CATL은 IRA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독특한 형태로 제휴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가 합작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는 포드에 배터리 기술을 지원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배터리 소재와 부품 등에 대한 규정만 있고 기술 관련 규제가 없는 현 IRA 법안의 허점을 두 회사가 파고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정부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자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129억위안(약 2조4500억원)의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펀드는 지난 2014년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중신궈지(SMIC)와 YMTC를 포함한 중국 100여개 반도체 제조·설계·패키징· 설비·소재 등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투자 규모를 보면 중국 정부가 미국 압박에 공격을 당하고 있는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 5일 개최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에서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 목표치를 199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5% 안팎으로 제시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비교적 보수적으로 올해 목표를 설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중국 정부가 “수출입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밝히면서 미국 규제에 대한 우회로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규제와 별도로) 중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막대한 투자를 통해 반도체를 키우려 하고 있고, 한국 기업은 LCD(액정표시장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초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 등 정부와 국회 지원이 시기적절하게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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