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이은 상승으로 1위 지배력 굳건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기업용 낸드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을 대폭 높이며 50%에 가까운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시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무감산 정책을 바탕으로 D램에 이어 기업용 낸드 시장까지 시장 1위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삼성의 시도가 조기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이 3분기(40.6%)보다 6.3%포인트 높은 46.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매출은 17억8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직전분기보다 16% 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최근 기업용 SSD 시장 역시 판매가격 하락을 동반한 치킨 게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23.2%이었으나 4분기에 19% 수준으로 4.2%포인트 감소했다. 4분기 매출은 직전분기보다 40.6% 떨어진 7억2050만달러(약 9300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거론되는 웨스턴지디지털(WDC)과 키옥시아는 각각 점유율 변동에 큰 변화가 없었다.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3분기(12.6%)보다 4분기(8.1%)에 4.5%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올해도 경쟁사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기업용 SSD 시장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이 낸드와 관련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고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주변장치연결(PCIe) 5.0은 올해 2분기에 출시될 일부 새로운 서버 플랫폼에 통합될 예정이다. 삼성은 이미 검증을 위해 PCIe 5.0 샘플을 고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서비스의 확산으로 고성능 컴퓨팅(HPC)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낸드 시장 선점에 긍정적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제공] |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중국 수요 부진과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평가다. SK의 계획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1단계 합병이 완료되면 SSD 제품 개발은 주로 솔리다임이 맡기로 돼 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SK하이닉스는 2023년 안에 176단 프리플 레벨 셀(TLC) 기업용 SSD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계획에 변동이 생기면서 관련 낸드 플래시 출하 수준도 변화할 것이란 분석을 트렌드포스 측은 제기됐다.
삼성의 이같은 기업용 낸드 시장에서의 선전은 대표적 메모리 제품인 D램 관련 점유율 상승과 동반된 것이라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에서 관련 기업 중 유일하게 점유율을 40.7%에서 45.1%로 4.4%포인트 끌어올렸다. 경쟁사의 투자 축소, 감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무감산 정책을 펼치며 가격 경쟁을 이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가장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펼쳤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3분기 28.8%에서 4분기 27.7%로 1.1%포인트 하락했다. 마이크론 역시 26.4%에서 23.0%로 3.4%포인트 감소했다. 글로벌 D램 매출은 전분기 대비 32.5% 감소한 122억8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분기의 매출 감소폭(-36%)에 육박한 수준이다.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와 DDR5 등 서버 D램 제품의 계약가격은 전분기 대비 각각 23∼28%, 30∼35% 하락했다.
가격 하락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 수익성 악화는 올해 3분기 이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의 시장 지배력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은 과거부터 메모리 제품의 시황이 악화될 때도 인위적 감산(생산공장에 투입되는 웨이퍼 수량의 감소)를 시행하지 않고,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매량을 늘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 회복기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D램과 낸드 양쪽에서 삼성의 시장 지위는 더욱 굳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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