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은 포드·혼다 등 협업 폭 넓혀
‘다자계약’으로 생산전략 확대 움직임
삼성SDI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차량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 기흥사업장 관련 자료사진.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관계에 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관계를 맺기로 하면서 K-배터리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하고 있다. 제품 다변화에 따른 생산시설 증설 요구에 맞춰 완성차 업계와 ‘일대일’ 관계로 맞손을 잡았던 배터리 업계가 더 큰 이익을 매개로 새로운 협력관계를 찾는 형국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GM은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양사가 투입하는 금액은 총 3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에 부는 전동화 바람 속에서 ‘심장’에 해당하는 이차전지는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다양한 배터리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차량에 탑재할 독자적인 배터리를 생산했다. 단일 폼팩터(외형별 분류)의 배터리를 생산해야 단가를 낮추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GM은 지난 2019년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미국 오하이오 1공장을 포함해 세 곳에 공장도 건설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움셀즈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 공장. [얼티움셀즈 제공] |
삼성SDI는 지난해 4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등 GM과 요원한 관계를 보였다. GM의 네 번째 미국 공장을 삼성SDI가 건설하면서 GM과 LG엔솔의 협력관계에 삼성SDI가 개입하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협력관계를 늘려가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튀르키예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미국 오하이오에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획도 내놨다.
북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와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의 몸값도 상승 중이다. 최근 일어난 합종연횡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지위도 상승한 대목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배터리 상위 10개 업체 중 중국 업체가 6곳, 한국 업체가 3곳, 일본 업체가 1곳으로 나타났다. IRA가 북미생산규정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어 중국 업체가 만드는 제품은 사실상 미국 진출이 어렵게 됐다. LG엔솔,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와 일본업체 파나소닉만이 미국 완성차 업체의 공급처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
삼성SDI,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 제품. [삼성SDI 제공] |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배터리 업체도 최근 분위기를 기회로 삼고, 여러 완성차 업체와 협업을 맺으려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봤다.
업계는 배터리 업체의 특정 폼팩터 의존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사용하는 폼팩터가 각형이나 원통형 등 다양한 만큼 생산시설을 짓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폼팩터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성차 입장에서는 유형별 배터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다양한 업체를 선정하고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대형 파우치에 의존하던 GM이 최근 사용하던 배터리를 각형에서 원통형까지 선택하기 시작했다”면서 “전기차 시장 초기 단일 폼팩터에 의존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전체 라인업에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배터리 셀 선택의 다변화를 적극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SK온과 LG엔솔에 뒤져 업계 3위로 분류됐던 삼성SDI의 추가적인 투자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삼성SDI도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최윤호 사장은 지난 1월 삼성SDI 기흥사업장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2030년 글로벌 탑 티어(Top Tier) 달성을 앞당길 것”이라며 “기술 경쟁력과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모토로 올 한 해 동안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적극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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