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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 참여국인 한국·대만·일본 3개국 모두 극심한 경기 침체로 시장 축소 여파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견제와 동시에 68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지원 조건으로 ‘초과 이익 공유’ 등 까다로운 조건까지 제시해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에 칩4 동맹 역시 미국 우선 기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KB증권은 올해 1분기 삼성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2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와이즈리포트는 당초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7663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후 영업손실 전망치를 1조2105억원으로 대폭 조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올 1분기에 SK하이닉스가 3조원대 초중반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97% 감소하고, SK하이닉스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에 이어 ‘동반 적자’가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TSMC는 올 1분기 매출 예상치를 전년 동기보다 16% 가량 감소한 5250억대만달러(약 22조원)로 제시했다. 1월 매출로 8조원을 넘겼으나, 2~3월 두 달 동안의 실적이 13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본 것이다. 앞선 콘퍼런스콜에서도 TSMC는 “올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시장은 약 4% 감소하고 파운드리 산업은 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 협회(SEAJ)에 따르면 일본산 반도체 제조 장비의 1월의 판매고(2022년 11월~2023년 1월의 평균)는 전년 동월보다 2.1%감소한 2997억4400만엔(약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실적이 낮아진 것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약 2년여 만이다.
특히 국가 간 반도체 시장이 동조화(커플링)되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장비 판매량 감소의 거시적인 원인은 반도체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공급초과율(시장 수요 대비 공급량)은 112.5%로 지난 2011년 D램 가격 폭락 당시 공급초과율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으로는 10여년 만에 최고치다. 공급초과율 100%를 넘어선 것은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년보다 설비투자를 50% 줄여서 집행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라인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
이런 가운데 ‘칩4’ 본회의가 작년 9월 예비회의 이후 5개월 만인 지난달 중순 열리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참가국들의 반도체 공급망 현황·안정화 등에 대해 논의와 함께 중국 시장에 대한 설비 투자 제한 압박도 한층 강화돼 미국 제외 3개국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본토 투자가 막히게 되는 상황에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의 협력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 대한 기술 통제 강화에 따라 피해를 입은 두 나라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의 생산 공급 기지 다변화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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