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2015년부터 교육·외부 프로그램도 운영
현대차·기아는 ‘미래 변화 테스크포스팀’ 꾸려
폭스바겐 직원들이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 내 이모션룸에서 퀴즐를 풀고 있다. [폭스바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3개의 ‘퍼즐방’을 만들었다. 이 방의 이름은 ‘이모션룸(eMotion Room)’. 직원 4명이 팀을 이뤄 각 방의 퍼즐을 20분 내에 해결해야 다음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3개 방의 공통 주제는 ‘전기’다. 첫 번째 방에선 19세기를 테마로 초기 전기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두 번째 방에선 공장의 역사, 세 번째 방에선 전기차의 디지털 미래를 배울 수 있다.
내연기관을 생산하던 이 공장은 최근 ‘e-팩토리’로 전환을 시작하면서 분주하다. 폭스바겐은 공장의 설비와 생산품목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기술교육, 현장 직원들의 ‘감정(eMotion)’이 전기차 전환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퍼즐방의 이름을 ‘이모션룸’으로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동화로 빠르게 바뀌면서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 정비사에게 필요한 것은 각종 도구 상자가 아니라 문제를 한 번에 진단하는 노트북이 됐다.
폭스바겐은 퍼즐방을 비롯해 관련 혁신 교육이 전기차를 대하는 직원들의 인식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또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병행 생산하는 등 보다 유연한 생산라인 구축에도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e-모빌리티 변화는 동료들과 함께해야 가능하다”며 “조기에 직원들을 참여시키고, 영감을 주고,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2만2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미래 모빌리티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타운십의 GM 공장. [GM 제공] |
폴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ID.3’다. 오는 가을에 부분 조립을 시작하고, 내년 중반부터 완전 생산・출고한다. 특히 이 공장에선 향후 몇 년 동안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혼류 생산한다. 한 생산라인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동시에 생산되는 것은 독일 폭스바겐 공장 중 최초다. 차세대 ‘SSP(Scalable Systems Platform)’ 플랫폼도 도입해 향후 몇 년 안에 다중 플랫폼 공장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2015년부터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는 GM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제조에 대한 교육을 해왔다. 전기차의 문, 창문, 타이어, 브레이크, 시트 등은 내연기관차와 유사하다. 반면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지고, 리튬이온 배터리가 핵심 동력원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GM은 동력원을 비롯해 고전압 전기 케이블 연결 등의 업무를 위해 안전 교육에 힘을 싣고 있다.
미시간주 워런에 있는 GM의 ‘TLU(Technical Learning University)’에선 외부 교육 프로그램도 이뤄진다. 이 센터에는 로봇 및 판금 제조를 포함해 조립 라인을 따라 단계를 시뮬레이션하는 제조 실험실이 있다.
GM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기차 교육도 병행 중이다. 전기차 산업이 과거보다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전기차에 대한 지식 부족이 시장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방식이 ‘EV라이브’다. EV라이브는 전문가와 단방향 화상 통화 방식으로 이뤄진다. 충전, 유지 관리, 플랫폼 등 전기차와 관련된 질문을 할 수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정비 특화 워크숍 ‘EV 테크 랩’. [현대차 제공] |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앨라배마주에서 직원들의 전기차 지식을 심화하기 위한 ‘메르세데스 EQ 경험(Mercedes EQ experience)’ 교육을 실시했다. 직원들이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배우고, 브랜드의 이점과 기술을 고객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도록 몰입형 방식으로 설계했다. 약 3일에 걸쳐 벤츠의 역사, EQ 라인에 대한 학습, 고객 대응법 실습, EV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임직원들이 전동화 전환에 대비하도록 대규모 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영국 내 직원 1만여 명과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직원 1만9000여 명이 대상이다. 2025년 완전 전기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교육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엔지니어들은 전기화부터 디지털, 자율주행차, 고전압 배터리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8월에는 영국에 첨단 전기차 테스트 시설도 개관했다.
현대차·기아도 미래차 전환을 맞아 대변화를 준비 중이다. ‘미래 변화 테스크포스팀(TFT)’이 대표적이다. 노사가 함께 미래차 관련 신사업과 투자, 생산 방안, 준비 과정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양사는 국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활발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현대 전동차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기차 정비 관련 교육 이수자에게 평가를 통해 ‘e-테크니션’, ‘e-마스터’ 등의 자격을 부여한다. 지난해 7월엔 해외 정비 인력을 국내로 초청, 정비 서비스 역량 강화 교육(EV 테크 랩)도 실시했다. 기아는 전기차 정비기술인증제도인 ‘KEVT’를 도입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