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어차피 비싼 거”…고물가 속 인기 끄는 ‘동물복지 달걀’
시중에서 판매되는 달걀 껍데기에는 10자리 번호가 찍혀 있다. 10자리 중 마지막 번호는 ‘사육 환경 번호’다. ▷1 자유방목 ▷2 평사 ▷3 개선된 케이지(0.075㎡/마리) ▷4 기존 케이지(0.05㎡/마리)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치솟는 물가에도 오히려 웃음짓는 품목이 있다. 바로 케이지 밖에서 키운 닭들이 낳은 달걀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에 가격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품질과 개인의 신념에 기댄 ‘가치 소비’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유기농 제품 판매처에서 이런 가치 소비 성향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록마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자유방목 달걀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 늘었다. 초록마을이 파는 자유방목 달걀은 케이지에서 자란(공장식 사육) 닭이 낳은 달걀과는 다르다. 자유방목 달걀은 난각번호 1번(자유방목)과 2번(평사 사육)으로 표기된 상품이다. 이 중 닭이 야외에서 자유롭게 자라며 낳은 1번 상품인 자유방목 달걀은 전체 초록마을 판매 달걀의 44%를 차지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달걀 껍데기에는 10자리 번호가 찍혀 있다. 10자리 중 마지막 번호는 ‘사육 환경 번호’인데 ▷1 자유방목 ▷2 평사 ▷3 개선된 케이지(0.075㎡/마리) ▷4 기존 케이지(0.05㎡/마리)에서 생산된 달걀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2번 달걀을 ‘동물복지 달걀’로 분류한다.

가격 변별력 낮아지자 가치소비 성향↑…자유방목 달걀 판매 늘어
초록마을의 자유방목 달걀의 산지인 강원 횡성군의 한 농장의 모습. 닭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초록마을 제공]’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동물복지 달걀 중 자유방목 달걀(사육 환경번호 1번)의 경우 올해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113%, 판매량은 35% 증가했다. 평사 달걀(사육 환경번호 2번) 또한 매출이 지난해 대비 47%, 판매량은 59% 증가했다. 이마트는 동물복지 소비 트렌드 증가에 따라 추가 농장을 확보하고 기존 1개였던 자유방목 상품을 현재 2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달걀은 2021년 조류인풀루엔자(AI)로 인한 살처분 증가로 시세가 폭등했다.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사료비 상승이 생산비용에 반영돼, 역시 전반적인 시세가 올랐다. 지난해 달걀 한판(특란 30개)이 7000원을 넘어서자 정부는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개를 올해 1월 시범 수입하며 가격 안정을 이끌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3일 기준 특란 30구의 가격은 6225원으로 내려온 상태다. 그럼에도 가격이 케이지 달걀보다 비싼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평소 일반 달걀과 동물복지 달걀의 가격은 2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고물가 시기에는 그 차이가 감소하기 때문에 동물복지 같은 프리미엄 상품 판매도 증가한 걸로 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달걀껍데기 난각번호 중 마지막번호 ‘1’ 또는 ‘2’ 제품…“수요 증가”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자유방목 달걀 제품. [이마트 제공]

이런 소비 성향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축산데이터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사 축산물 마켓 굴리점퍼 이용자 5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7.6%가 동물복지 축산물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60%는 ‘일반 축산물 대신 동물복지 축산물 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희소성 있는 음식에는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초록마을의 ‘토종 부석태 두부’는 420g에 5200원으로 자사 일반 두부와 비교해 약 60% 이상 비싸지만 전체 11개 두부 제품군 중 연간 판매량 상위 3위 안에 들고 있다. 이 두부는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서만 나고 자라는 콩인 ‘부석태 1호’를 사용해 차별화된 제조 공법으로 만드는 제품이다.

비싸도 희소성있는 제품 적극 소비…“품질·공생가치 등 경쟁력될 것”
초록마을의 한 자유방목 달걀 제품. [초록마을 제공]

이 두부는 토종 종자의 가치를 보호하고 우수한 맛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한 초록마을의 자체 브랜드 ‘토종씨 부탁해’의 제품이기도 하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토종종자 상품은 품질 자체도 우수하지만, 토종씨를 활용한 농가의 판로를 지속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 소비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판매처들도 이에 맞게 상품들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3일 국내 백화점 최초로 전국 매장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달걀을 방목 사육 방식의 ‘케이지 프리(Cage Free)’으로 전환했다. 남양유업은 21일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맛있는우유 GT’ 1.8ℓ와 2.3ℓ 제품에 점자 표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더불어 비싸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친환경 인증 제품 등의 선호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물가가 안정화되면 가치 소비가 더욱 활성화돼 가격보다는 품질, 공생 가치, 희소성이 곧 제품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