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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사, 오너 누구냐가 좌우…‘헤쳐갈수 있다’ 자신감 중요” [‘장사의 신’ 김승현 조조칼국수 대표]
최근 서울 중구 조조칼국수 시청점에서 김승현 조조칼국수 대표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대표 메뉴인 동죽칼국수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대담=신상윤 소비자경제부장

“망한 곳도 다시 성공시켰습니다. 그게 가능하단 거죠. 오너가 누구냐에 따라 장사의 성공이 좌우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세는나이로 스물 셋에 연 대학가 앞 옷가게를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패밀리레스토랑·곱창전문점·돼지찌개전문점·식육식당·밀키트업체까지 25개 업체를 창업,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안착시킨 김승현(36) 조조칼국수 대표. 김 대표의 칼국수전문점인 조조칼국수는 밀키트까지 포함, 창립 5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조조칼국수는 올해 3월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직영 6호점인 성수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헤럴드경제는 50년 이상 가는 ‘장수기업’을 꿈꾸는 그를 최근 만나 그의 ‘장사 철학’을 들었다.

김 대표의 성공에는 사람을 중심에 둔 ‘이누키 창업’이라는 비결이 있다. 이누키 창업은 폐업 또는 폐업 위기에 놓인 가게를 인수해 신규 창업자가 매장을 살리는 방식이다. 권리금 등이 없어 부담이 훨씬 적다. 김 대표는 위치가 좋지 않은 곳, 골목의 가게와 지하 공간을 활용해 사업을 키워왔다. 그는 “이누키 창업 덕에 조조칼국수 매장들은 매월 1억~2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월세는 매출액의 5%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조조칼국수 창립 5년만에 연매출 1000억 넘겨…밀키트도 인기

2016년 김 대표는 이누키 창업으로 인수한 식육식당에서 ‘한우 1+ 등심 8900원’을 미끼 상품으로 걸며 사람의 발길을 모았다. 대구에서도 외곽 지역인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이 식육식당은 입지가 불리했다. 교통이 불편해 대부분 손님은 고기에 어울리는 술 한 잔을 기울이지도 못했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손님을 인근 대구 수성구 수성못까지 데려다주는 ‘대리기사’를 무료로 자청했다. 손실을 초기엔 감당하더라도 품질과 고객 창출에 집중한 결과는 돌아왔다. 5000만원이던 월 매출은 4배인 2억원으로 성장했다.

다음해인 2017년 김 대표는 조조칼국수는 대구 남구에 1호점인 앞산점을 열었고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중구에 시청점을 내며 마침내 서울에 입성했다. 김 대표는 약 4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채널 ‘조조스토리’를 운영하며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6월에는 ‘돈그릇을 키우는 6가지 방법’을 출간, 외식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청년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지하 등에 입지’ 폐업한 가게 인수·성공시키는 ‘이누키 창업’ 비결
최근 서울 중구 조조칼국수 시청점에서 김승현 조조칼국수 대표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어릴 때부터 남다르셨던 거 같다. 초등학생 때 공병 수집·떡 팔기를 했다고….

▶목표가 생기면 ‘오늘 꼭 해야 하는’ 성격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테트리스 게임기가 사고 싶어 맥주병과 소주병을 모았다. 6학년 때에는 더 비싼 게임기가 사고 싶어 신문도 배달하고 찹쌀떡도 팔았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니 어렵게 번 돈을 오락실에 헌납하고 있더라. 대신 회사원보다는 프리랜서나 사업, 하는 만큼 벌어가는 일이 내게 맞겠다는 걸 일찌감치 알게 됐다.

사실 찹쌀떡 팔기를 멈춘 진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사무실에서 떡을 가져와 그 값의 2배 정도 받고 팔아 이윤을 남겼는데 마트에서 파는 떡이 더 쌌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 떡을 계속 살 이유가 없던 셈이다. ‘목적 없는 돈’은 모이지 않는다는 점도 배웠다. 하루에 몇 만원을 벌었는데, 당시 초등학생에게는 분식점도 가고 목욕탕도 갈 수 있는 큰 돈이었다. 게임기에 대한 흥미는 빨리 식었고 돈을 더 벌어야 할 동기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끝나버렸다.

-장사는 ‘돈 있는 사람’이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첫 장사를 어떻게 하게 됐나.

▶어릴 적 환경이 유복했던 것은 맞다. 집에서 누나를 패션 전공으로 유학을 보낼 정도였다.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용돈을 많이 주시진 않았다. 공병 수집도 그래서 했다. 그런데 (세는나이로) 스물 둘, 군대에서 100일 휴가를 나왔더니. 정원 포함 100평도 넘었던 저택 같았던 우리집이 빌라로 이사를 가 있었다. 가세가 기운 거다. 울컥하면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보였다. 그때 결심이 섰다. ‘돈 때문에 싸우는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마음말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돈에 대한 갈망도 생겼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10평짜리 옷 가게를 시작했다. 옷가게를 먼저 하고 있던 누나의 영향이 컸다. 1800만원 정도는 부모님께 빌렸고 인테리어는 직접 했다. 간판은 비싸서 간판 없이 2년간 장사를 했다. 그 당시 경북 경산시 영남대 근처의 유일한 남성복 가게였는데, 처음 5개월 동안은 적자가 났다. 손님의 환심을 사지 못해서가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이 아니라 관계를, 소통을, 신뢰를 팔기 시작했다. 계속 대화하다 아무 것도 못 팔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가게가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입소문이 붙었다. 월세 60만원만 벌자고 시작한 가게의 매출이 3000만원까지 뛰었다.

“스물셋에 집안 일으키려 간판없는 옷가게 열어 월매출 3000만원”

-장사하면서 겪은 위기는.

▶명도소송을 당하면서 건물에서 나와야 했던 가게가 지금까지 7군데 정도 된다. 첫 사업도 ‘전전대’라고 해서 식당이 빌린 공간을 빌려서 했었는데 해당 식당이 망하면서 영업을 할 수가 없었다. 법을 잘 몰랐던 거다. 장사를 해 보니 건물주도 참 중요했다. 어떤 건물주는 ‘재개발에 들어간다’, ‘건물을 새로 지을 거다’ 면서 월세를 2배 반으로 불러 나온 곳도 있었다.

-‘직원들 회식비로 2000만원을 쓰는 사장님’이라는 유튜브 영상도 핫하다.

▶직원들 명절 떡값으로 1년에 5000만원 정도 나간다. 솔직히 그게 어떻게 아무렇지 않겠나(웃음). 하지만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도 기업의 재산이다. 그 정도를 내어 줄 수 있어야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멀리 보는 눈을 가진 사람 말이다.

식당 관리는 결코 쉽지 않다. 식당도 회사다.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면접 보고 근로계약서를 쓰는 인사 업무는 물론 세금 등 회계도 알아야 한다. 식당이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쉽게 창업할 수가 없다. 직원을 가르칠 게 아니라 문화를 익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손님에게 따스하게, 다정다감하게 하는 걸 보여 주며 따라오도록 유도했다. 그럼 정말 마음가짐이 다른 서비스가 직원들에게서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20대의 폐업률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는 통계를 본 적 있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창업을 쉽게 생각해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20대 때 창업한 그들만의 잘못일까. 프랜차이즈업계 본사의 문제들도 있다고 본다. 가맹점 수가 늘어나는 것에만 혈안인 업체도 있다. 사업을 해도 될 만한 사람에게 매장을 내게 해야 하는데 창업박람회 등에 가보면 (사람들이) 혹하게 끔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즉, 사업을 하면 안 될 사람이 사업하게 만든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첫 가게, ‘전전대’로 빌렸다 쫓겨나…명도소송으로 가게 7곳 접어”
김승현 조조칼국수 대표가 20대 초반 경북 경산시의 영남대 인근에서 운영했던 남성복 가게의 모습. 김 대표가 당시 매장을 정리하고 있던 모습이다. [김승현 대펴 제공]

-어떤 사람이 장사를 해야 할까.

▶부딪히는 걸 좋아하고 헤쳐나가는데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 잘하더라. 사업을 하다 보면 각종 난관에 봉착하는데 그때 이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이번 통증은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걸 갖추고 사업을 할 순 없다. 일단 시작해야 하는데 ‘나는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지킬 수 있어야 된다. 매장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온다.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혹은 어떤 사람이 와도 그걸 품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직원 회식비 2000만원·떡값 5000만원…‘사람’이 기업의 재산”
최근 서울 중구 조조칼국수 시청점에서 김승현 조조칼국수 대표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인터뷰 중 김 대표의 휴대전화가 또 울렸다. 90분가량 되는 ‘만남’ 중 수차례나 됐다. 그는 “자영업자 멘토링, 직원 관리 등 끊임없이 온다”고 했다.

-무척 바빠 보인다. 그래도 지키는 특별한 루틴이 있나.

▶밤 12시가 되면 비로소 자유시간이 시작된다. 그 전엔 전화, 미팅, 카카오톡 등이 계속 오는데 그때부터는 안 온다. 그때부터 네이버 영수증·인스타그램·블로그 리뷰 등 매장 관련 게재 내용을 정독한다.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내용을 다 파악하며 읽으니 시간이 생각이 꽤 걸린다. 혹시나 밀릴 때면 한 번에 4시간이나 걸린다. 그게 꾸준히 하는 일이다. 대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게 아니면 오전 9~10시에나 일어난다(웃음).

“칼국수업계 1등이 됐으면…직영점 20개 목표, 가맹점은 생각없어”

-조조칼국수가 6호점까지 내며 성장세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조조칼국수가 칼국수업계 1등이 됐으면 한다. 직영점 20개가 목표다. 가맹점은 생각이 없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해 본 적이 있는데 본사가 가맹점을 숫자로 얘기하는 게 불편했다. 흔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 제대로 된 기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인정받지 않나. 반짝 끝나는 자영업이 아니라 생명력이 오래 가는 장사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흔하지 않지만 맛이 명품인, ‘칼국수계의 에르메스’가 되고 싶다(웃음).

김승현 대표가 걸어온 길

▶1987년 대구 출생

▶2009년 남성옷가게 창업

▶2014년 나인로드피제리아 침산점 창업

▶2016년 곱창고 부산경남지사장·가창한우식육식당 창업

▶2017년 조조칼국수 앞산점 창업·조조푸드코리아 대표(현)

▶2021년 ㈜규빈 대표(현)

▶2022년 ‘돈그릇을 키우는 6가지 방법’ 출간·유튜브 ‘조조스토리’ 개설·조조칼국수 시청점 창업

▶2023년 조조칼국수 성수점 창업(예정)

hope@heraldcorp.com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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